사드 놓고 상반된 시선, 정부는 ‘자화자찬’ 업계는 ‘사면초가’
사드 놓고 상반된 시선, 정부는 ‘자화자찬’ 업계는 ‘사면초가’
  • 송상훈 rangsung@jangup.com
  • 승인 2016.09.13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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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생허가‧통관‧관광상권 등 대중국 사업 난항… 경제적 보복 체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결정 이후 한국과 중국 사이에 정치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적 경색이 심화되면서 대중국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던 화장품 업계가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상황을 맞고 있다. 최근 발표된 중국 관광객 최대 방문이라는 내용과는 상반되게 주요 관광 상권 관계자들이 느끼는 경기 체감은 한 마디로 물음표였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7월 방한 유커가 월별 실적으로 사상 최대인 91만명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은 2010년 187만5,000명, 2011년 220만 명, 2012년 283만7,000명, 2013년 432만7,000명, 2014년에는 612만7,000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지난해인 2015년은 한국 관광 상권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 사태로 인해 2015년 연초의 상승 곡선을 잇지 못하고 598만4,000명으로 곤두박질 쳤다.

이는 메르스가 터지기 이전인 연초부터 메르스가 진정국면에 들어선 연말 방문한 관광객들로 인해 그나마 유지할 수 있었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말부터 눈으로 확인 될 정도로 중국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었으며, 2016년 7월 현재 한국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의 누계는 473만4,000명, 7월에만 91만7,519명이 방한해 전년동기대비 258.9% 증가한 수치를 나타냈다.

특히 사드 배치가 발표된 7월 8일부터 8월 10일까지 5주 동안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 수(잠정치)는 102만8,000명으로 사드 발표 직전 5주(6월 4일∼7월 7일)의 88만7,000명보다 15.9%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관광공사 측도 2015년을 '한국인의 중국방문의 해', 2016년을 '중국인의 한국방문의 해'로 선포한 것을 계기로 양국 간 민간교류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상황임을 강조하며 양국이 서로에게 중요한 관광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그러나 사드로 인한 경제적 보복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과는 달리 현재 사드로 인한 중국과 한국 간의 정치적 경색은 관광 상권의 가장 큰 위협 요소가 되고 있으며, 대중국 수출도 보이지 않는 장벽에 가로막혀 중국과 거래하고 있는 업체들이 곤혹을 치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화장품 업계는 최근 몇 년 사이 대중국 의존도가 50%를 상회할 정도로 높아진 상황으로 이번 사드 문제는 메르스 이상의 파급력을 가져올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우선, 이전부터 말 많고 탈 많은 위생허가가 가장 큰 걸림돌로 언급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받기 어려운 위생허가인데 이번 일로 인해 허가를 받는 것이 더욱 힘들어졌다. 서류를 완벽하게 제출해도 심사하는 기준이 더욱 까다로워졌으며, 위생허가가 곧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던 업체들도 다소 늦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최근 위생허가 재연장을 신청했으나 성분에 문제가 있다며 5~6개 제품이 취소됐다. 기존 성분 그대로 신청했음에도 불가 판정을 받아 취소돼 중국 수출에 큰 차질을 빚게 되었다”며 “한 번 허가를 받은 제품은 성분이나 패키지가 바뀌지 않는 이상 통상적으로 연장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겪어보니 이게 말로만 듣던 경제적 보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들 상당수도 이런 상황에 처해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생허가뿐만 아니라 통관 문제도 큰 골칫거리로 대두되고 있다.

이전에는 빠른 시일 내에 처리 되었던 통관이 지금은 2배에서 많게는 5배로 기간이 늘어나면서 국내 업체뿐만 아니라 중국 바이어들에게도 손해가 전가되어 그 피해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내년 5월까지 유효한 해외직구도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제품을 배송하는 경우 대부분 EMS를 활용하고 있는 추세로 중국 세관에서는 통상 10에 2~3개 정도의 박스를 검수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10에 7개 이상을 정밀 검수할 정도로 규제를 강화해 비싼 세금을 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관광 상권에는 비자 발급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동의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인들의 한국 관광 취소 건이 상당히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에서도 한국으로 가는 관광객들에게 비자 발급을 까다롭게 해 상당수가 다른 국가로 여행을 가고 있다”며 “중국인들이 많았던 명동은 이제 오히려 일본 관광객들이 갑자기 늘어난 것으로 보일 정도의 착시현상을 느끼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광 상권 매장 관계자는 “중국 관광객들이 항상 몰리던 홍대, 이대 상권도 사드 이후로 급격하게 줄었다. 매장 80% 이상의 매출을 책임지던 중국 관광객의 감소에 따른 대안은 전무한 상황으로 마냥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며 “사드 문제가 좋은 방향으로 일단락 되지 않는 이상 화장품 업계에 불어올 후폭풍은 9월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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