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爐香室-조선 후기의 차 향기'
'一爐香室-조선 후기의 차 향기'
  • 박지향 jhpark@jangup.com
  • 승인 2005.03.2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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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8월말가지 용인 박물관서 기획전
박물관에 차향기가 가득하다.



태평양 박물관(관장 박창용)은 새봄을 맞아 ‘일로향실(一爐香室)-조선 후기의 차 향기를 따라서’를 주제로 지난 11일부터 오는 8월말까지 경기도 용인 소재 박물관에서 기획전시회를 개최한다.



우리 문화의 재조명을 위해 지난달 압구정 디 아모레 갤러리에서 연 ‘보석, 금은 공예전시’에 이어 올해 두 번째 기획전을 준비한 태평양 박물관측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수준높은 차 문화를 향유했던 조선 후기의 모습들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삼국시대부터 차 문화를 영위해온 문화 민족으로서 화려한 고려시대를 거치면서 더욱 원숙해진 우리의 차문화가 조선시대 후기에 새로운 도약기를 맞아 찬란한 문화의 황금기를 꽃피웠다는 점에서 이번 기획전시를 준비했다는 설명이다.



기획전의 주제인 일로향실(一爐香室)이란 초의선사의 거주지 일지암의 다실 이름으로, 추사가 초의에게 ‘차를 끓이는 다로(爐)의 향(香)이 향기롭다’라는 의미로 써 준 글에서 유래됐다. 당시 초의선사와 김정희가 차로 맺은 우정을 보여주는 일로향실은 또한 조선 후기 덕망이 높았던 초의선사(草衣禪師, 1786~1865)와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 1786~1856)를 중심으로 확산됐던 차 문화의 근간을 마련한 중요한 시기임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에 태평양측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우리 차 문화의 대표적인 인물인 초의선사와 추사 김정희의 차에 대한 사랑을 엿볼 수 있도록 김정희가 제주도 유배시절에 초의에게 보낸 편지를 필사한 ‘영해타운첩(瀛海朶雲帖)’를 일반인에게 공개하기도 했으며, 우리나라 다도의 기본서라고 할 수 있는 초의선사의 ‘다신전(茶神傳)’과 ‘동다송(東茶頌)’ 필사본도 전시했다.



이밖에 조선 후기의 차 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차를 마시는 장면을 밝은 분위기로 표현해낸 정수영(鄭遂榮, 1743~1831)의 작품, ‘초당인물도’를 비롯해 차를 좋아하고 즐겼던 흥선대원군 이하응(李昰應, 1820~1898)이 그 마음을 담은 편지도 이번 기획전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손꼽았다.



차 문화는 단순히 마시는 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차의 향기, 차를 따르는 소리를 듣는 것도 차를 마시는 또 다른 재미. 오랫동안 귀한 유품으로 전해져 내려온 다도구(茶道具)들로 깔끔한 미를 자랑하는 백자잔 셋트와 백자철채주전자, 시(詩)를 새겨놓은 다식판 등도 감상할 수 있다.



이와관련해 오는 8월 말까지 열리는 이번 기획전은 총 28점의 편지와 그림, 다도구 등을 통해 조선 후기의 차 문화를 경험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태평양박물관측은 최근 구입한 앙증맞은 백자청화연적과 접시, 정선(鄭敾, 1676~1759)이 옛날 서울 용산의 모습을 그린 ‘용정반조도(龍汀返照圖) 등 소박하면서 세련된 소반 등 총 11점의 신수품도 이번 기획전을 통해 첫선을 보인다고 소개했다.



▲완당선생 해천일립도(소치 허련 小癡 許鍊(1809~1892)이 김정희의 처연한 귀양살이의 모습을 중국 송나라 소동파(蘇東坡)가 남해에 유배되었을 때 나막신 신고 갓 쓴 모습을 그린 ‘동파입극도(東坡笠屐圖)’에서 따와 그린 작품. 측면상의 김정희는 수염 등의 얼굴은 세밀하게 표현한 반면 옷주름의 윤곽선은 마치 서체(書體)처럼 꺽임과 농담의 변화가 자연스럽다.



▲영해타운첩(瀛海朶雲帖). 추사 김정희가 초의선사에게 보낸 10통의 필사한 편지. 10통의 편지 중 9통은 제주도 유배시절에 보낸 것으로 ‘영해(瀛海)’는 큰 바다, 즉 제주도를 뜻하고, ‘타운(朶雲)’은 남의 편지를 존칭하는 말로 김정희의 편지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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