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지않은 시선 `서울국제향수페어전`
곱지않은 시선 `서울국제향수페어전`
  • 박지향
  • 승인 1997.03.13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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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단계부터 숱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뜨거운 감가로 부상했던 「`97 서울국제향수페어」가 지난 2일, 열흘간의 일정을 마친 가운데 이 대회의 결과를 놓고 업계가 어느때보다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수입품이 시장을 완전 장악하고 있는 향수라는 특정 품목에 대한 페어라는 점에서 기획자체에 대한 부정적 시선과 컴퓨터를 주종으로 행사를 진행해왔던 주관사인BOB커뮤니케이션의 화장품업계에 대한 인식부족과 행사진행에서 보여준 터무니없는 미숙함, 나아가 경계와 분열이 난무하는 국내 화장품 업계의 모습을 그대로 집합시켜 놓은 합작품이라는 결과만을 도출한 채 예고된 실패작이었음을 확인케했던 자리였기 때문이다.



수입향수를 대량으로 취급하고 있으면서도 소비 대중에게 수입향수를 취급한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은 제조사들, 고급향수브랜드라는 자긍심에 「격이 낮은」 중소업체와 부스를 나란히 하고 싶지 않은 메이저급 수입사들, 그리고 관련 행정규제에 대한 무지. 결국 업계의 생리를 읽지못했던 BOB커뮤니케이션은 7개월간의 행사 준비기간 동안 설치부스 2백50개를 절반도 채우지 못한채 45(아이스크림 업체까지 합쳐서)개의 참가업체를 끌어내는데 머물러야만 했다.



제주도 유채꽃에서 향을 추출해 만든 `제주향수`가 특산품의 서울 판매가 불가하다는 행정규제에 따라 참가비까지 지불했다가 참가를 철회해 국내 향수의 경쟁력 강화를 부르짖었던 애초의 취지조차 무색케 했던 점, 프랑스 노동자 파업으로 통관이 늦어져 진열되지 못한 전시품들, 교통불편, 난방시설 미흡, 5천원과 3천5백원을 `오락가락` 했던 고가의 입장료, 저조한 입장객수 등은 오히려 아주 작은 문제에 불과할 뿐이다.



따라서 이 대회의 실패가 BOB만의 책임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향수문화를 소개한다는 것은 우리의 전통문화속에서 오르기 힘든 산행과 같다는 점과 엄청난 재정손실을 감수하면서도 행사를 끝까지 진행시켰던 주관사의 마지막 자존심을 건드릴만한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모든 비판을 수용하겠다. 그러나 문제만을 지적할 뿐 향수를 비롯해 화장품 전반에 걸친 업계의 공동 노력과 실천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이것은 BOB만의 문제라고는 생각지않는다"고 행사를 결산한 이상옥사장의 지적에 적잖은 공감이 느껴지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결국 이번 대회는 당장 물에 뛰어들지 않고 잃어바린 칼자루를 찾으려는 `각주구검`의 자사를 견지했던 우리 화장품 업계 전반에 도의적 책임과 부끄러움을 느끼게 했던, 결코 국제적으로 알려지길 원치 않았던 국제페어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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