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가네보 연합군 출현 ‘비상’
가오-가네보 연합군 출현 ‘비상’
  • 장업신문 jangup@jangup.com
  • 승인 2006.02.06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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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이도 독주체제에 도전장 … 일본 장업계 지각 변동 예고
양사 합친 매출 1조1천6백억엔 예상



일본 화장품업계에서 70년 역사를 자랑하던 가네보화장품이 생활용품 화장품 겸업의 거대 기업 가오에게 매수됐다는 지난해 말 발표는 새해 일본 장업계에 개편을 예고하는 충격파를 던졌다.

따라서 새해 장업계 최대의 관심사는 가오의 가네보화장품 매수에 따라 갑자기 등장하는 가오-가네보화장품 연합군 세력의 동태이며 이 세력이 시세이도와 고세 등 기존 대기업과 어떻게 격돌할 것인가, 나아가서 P&G·유니레버 등 토일레트리 거대 외자기업들을 상대로 어떤 전쟁을 벌일지 비상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가오와 가네보화장품의 매출을 단순 합산하면 연간 1조1천6백억엔 이상의 거액이며 일본 내의 생활용품 화장품업계 최초의 1조엔 기업이 탄생된다.

그러나 가오 소속의 화장품 부문의 매출과 가네보화장품의 매출만을 합산하면 화장품 분야 매출은 2천8백억엔 규모로 일본 장업계 톱 메이커인 시세이도의 50% 수준에 그친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가오의 가정제품 속에 포함되는 토일레트리 부문 속의 각종 화장품 관련 제품까지 합치면 그 매출은 약 7천6백억엔에 이르러 시세이도 매출의 1.3배에 달한다.

가오는 자타가 인정하는 뛰어난 화학 분야 기술 개발력과 장치산업으로서의 코스트 관리기술, 그리고 상품 유통면에서 축척된 노하우를 지녔다. 마케팅 분야에서도 독특한 전략을 전개해 주목받고 있다. 다만 뿌리가 비누 제조업인 가오는 화장품 사업에는 뒤늦게 뛰어든 후발업체라는 약점 때문에 그 동안 브랜드력이 허약하며 전문점 판매망과 카운슬링 판매력이 취약했었다.

이런 허점을 이번에 매수한 가네보화장품의 전통적인 브랜드력과 기존 판매망 확보, 여기서 더해서 잘 훈련된 미용부문의 카운슬링 역량을 발휘한다면 커진 몸집 못지않게 체질을 보강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같은 조직력을 바탕으로 1조엔 기업으로서의 화장품 토일레트리 자금력이 동원될 경우 부동의 왕좌를 지켜왔던 시세이도라도 결코 자리 매김을 보장 받을 수 없을 것이다.

가네보화장품은 방직산업이 모체인 가네보와 함께 2년 전에 도산 위기에 빠져 ‘산업재생기구’의 관리를 받아 오다가 이번에 일괄 매각이 아닌 분리 매각 형태로 가네보(홈프로덕츠·약품·식품사업) 본체가 일본 내 투자 펀드 3사에게 팔리고 가네보화장품이 가오 산하에 포함했다.

산업재생기구는 작년 12월 16일 발표에서 가네보화장품의 모든 주식과 채권을 가오에게 넘기며 가네보 본체의 주식을 애드밴티지 파트너즈 유한책임사업조합·MKS 파트너즈·유니존 캐피털 등 3개 펀드로 구성된 매수 준비 업체인 ‘트리니티 인베스트먼트’ 측에게 양도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가네보화장품과 가네보 본체 사업은 앞으로 분리돼 서로 다른 주주에서 사업 활동을 전개하게 된다.

가네보 브랜드에 관해서는 가오 산하에 매수되는 가네보화장품 측이 일괄 관리하되 가네보 본체에게는 향후 2년간 기한부 사용이 허용된다. 따라서 홈프로덕츠·의약품·식품 등 가네보 본체의 3개 사업분야는 장차 가네보 브랜드가 아닌 독자적인 브랜드 창출을 겨냥한다. 가네보화장품은 새 모체가 된 가오로부터의 중역진을 영입하지만 독립된 산하 조직의 면모로 경영진과 사원·거래처 등을 당분간 그대로 보존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경영과 고용 현상 유지로 M&A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모체인 가오 측과는 필요한 제휴를 점진적으로 강화해 기업합병의 시너지 효과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채권의 잔액은 가네보화장품이 1천3백억엔, 가네보 본체가 372억 7천8백만엔. 가네보화장품의 사업가치 총액에 관해서 가오 측은 기대되는 감세 효과액 1천억엔을 포함해서 약 4천억엔 규모로 평가하고 있다.

새해 1월 하순에 가오와 펀드 3사 측이 모든 주식의 인수 절차를 끝냈고 2월 중순에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가네보화장품의 회장과 가네보 사장 등 재생기구 측이 파견했던 역원과 사원들은 모두 퇴임한다.

가오의 오자키 사장은 “앞으로 양측 사원과 체인 거래점, 각 거래처의 협조 아래 화장품사업의 이윤 성장 노선을 지향하겠다”고 다짐했다. 주식 취득 후 가오의 2007년 3월 기업 실적에 끼치는 영향을 그룹 연결 매출이 1천8백83억엔 증가, 영업 손실 43억엔, 상각 전 영업이익 2백22억엔, 당기 순이익 8억엔을 예상한다.

가네보화장품의 업적은 2005년 12월 결산기 때 매출 2천1백억엔, 상각전 영업이익 1백94억엔 수준이었다. 가오 측의 화장품 사업 업적은 2005년 3월에 매출 782억 9천4백만엔, 영업이익 76억 9천3백만엔이 었다.

오자키 가오 사장은 인수합병 발표 기자회견에서 “70년 이상의 유서깊은 화장품 업체인 가네보화장품의 사업 전문성과 시장 활동 및 판매망의 강점을 높이 평가하며 산업재생기구 관리하에서도 견실하게 지켜진 판매네트워크의 가치가 훌륭하다”고 인수 업체를 예찬했다. 그는 “앞으로 양측 연대를 통해 업계의 거친 파도를 극복하고 뷰티 시장에서 발전하면서 세계 소비자와 행복을 나눌 수 있는 화장품 공급을 겨냥하겠다”고 강조했다.

가네보화장품의 지시키 사장은 “회사의 주식은 가오 측 소유지만 앞으로 독립법인체제로 거래처와의 계약 조건을 현상태로 유지하겠다”고 사업의 지속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얼핏 보기에는 장밋빛 그림인 가오 대 가네보화장품 간의 M&A의 앞날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상 각국의 실태에서 지금까지 M&A 몸집 불리기 합병에 성공했던 사례가 매우 적다는 지적이다. M&A의 본 고장인 미국에서도 AT카니의 최근 연구 결과 80% 이상이 실패로 끝났다는 집계기 있다.

일본에서의 합병 사례도 있다. 원래 같은 뿌리였던 형제 회사간의 합병과 2년 전에는 양사 영업 부문을 합친 공판회사 라이온 제품사까지 출범시켰음에도 불구하고 합병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완전한 융합이 이룩되지 못했고 충분한 시너지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가네보화장품은 친절하고 세심한 카운슬링 위주의 접객 부가가치 추구를 지향하는 기업 인 데 반해 화학세제 중심의 토일레트리 대기업인 가오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기업이고 가오에게는 종업원 권익 옹호를 위한 노동조합조차 없는 냉정한 기업이다.

2년 전에 양사가 합병 합의까지 성립시켰다가 결렬로 백지화됐던 사건도 가네보 노조와 일부 경영진이 가오 측의 냉혹한 효율성 추구 경영 체질에 반발했기 때문이었다. 쉽게 말해서 양측의 기업문화와 체질이 물과 기름처럼 이질적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2004년도 파동 이래 가네보화장품의 영업부문 및 상품 개발 분야 주요 인재 2백여명이 이미 타 기업체로 유출된 상태로 인력 누수 현상 역시 적지않다.

새로운 연합군 세력을 구축한 신세력인 가오·가네보화장품의 등장은 시세이도를 정점으로 고세 등이 포진하는 일본의 전통적인 화장품 업계에 좋은 의미의 자극제가 될 것이며 업계에 새로운 경쟁력과 화장품 개발 에너지를 부채질해서 업계 전체의 신선한 새 바람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반면 부정적인 시나리오로서는 효율성 추구와 성장 노선 복귀를 서두르는 나머지 가오 측이 인수합병의 실패 전철을 밟으면서 고전하지 않을까 주목된다.

또 P&G·로레알·에스티로더 등 일본 진출 외자계 기업들이 가오-가네보화장품의 제휴에 자극을 받아 새로운 M&A 전략을 모색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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