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손가락발가락 보고서야 비로소, ‘아버지’
아들의 손가락발가락 보고서야 비로소,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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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6.0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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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되어보니 인생을 사는 자신감과 책임감을 느낌니다
아모레퍼시픽 그루밍 GTM팀 오규민 차장

438일전 아빠가 된 아모레퍼시픽 그루밍 GTM팀 오규민 차장님이 아빠가 되고 난 후 감정과 소회를 적어 보내주셨다. 첫아이는 아빠들에게 늘 두려움이 대상이다. 왜냐하면 분신인 새 생명을 처음 만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아빠가 되고 지하철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 사이에서 자녀의 미래상을 그린 젊은 아빠의 모습은 세상 모든 아버지의 마음을 읽게 해 준다. 비관적인 세상보다 더 나은 세상을 같이 긍정적으로 열어가자는 1984년생 아빠의 마음은 어느 세대에서도 공통적으로 보여질 것이다. 결혼을 하고 아빠가 되고 나서야 아는 진실을 한국사회는 품지 못하고 있다. 인생을 모두 아는 것 같아도 불확실하고 막연함 속에서 대부분 하루를 산다. 부모로 사는 것의 전제는 고생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고생은 ‘사랑이 있는 고생’의 역설이다. 이 역설은 어느 세대이건 불변이다. 사랑이 있는 고생으로 아빠로 살아갈 오규민 차장께 파이팅을 전한다 <장업신문 주간 이상우>

나의 분신인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아들아, 438일 전 널 처음 본 그 때가 생각난다. 난 너를 처음 보면 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새 생명을 본 아버지의 감동스러운 얼굴을 하고 눈물 한 방울이 멋지게 내 얼굴을 타고 내려올 줄 알았다. 
대기실에서 네 엄마의 제왕절개 수술이 끝나길 긴장하며 한참을 기다리다 간호사 선생님이 널 내게 데려왔다. “아들이에요” 하며 너를 보여줬을 때, 난 울지 못했다. 

감정보다 책임감이 다가왔습니다.

아직 여리고 여린 널 앞에 두고 감정보단 책임감이 앞섰다. 감동보단 내 할 일들이 떠올랐고 널 지켜줄 수 있고 네가 사랑할 수 있는 좋은 아빠가 되겠다고 다짐하며 오히려 두려움이 앞섰다.  좋은 아빠가 된다는 것은 좋은 선생이 된다는 것이고 좋은 친구가 된다는 것인데 난 아직 누군가에게 좋은 선생이나 좋은 친구가 되어본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빠는 울지 못했다. 

인생자신감을 준 자녀의 탄생

네가 태어났을 때는 전 세계에 전염병이 돌던 때라 너는 신생아실에 분리되어 들어가 있었고 며칠 간은 널 볼 수 있는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너를 유리 벽 넘어서 다시 볼 때는 이 아름다운 생명을 만든 내가 그리 못난 놈일리는 없겠구나 하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자신감도 생겼다. 너의 울음소리로 시작할 내일이 기대도 되었다. 그래서 아빠는 울지 않았다. 

나는 돈도 없고 그리 멋지지 않은 얼굴과 이 몸으로 태어났음에도 내가 나이기 때문에 너의 엄마를 만날 수 있었고 그렇게 네가 탄생할 수 있었으니… 너를 만날 수 있었으니… 나로 태어나 이 삶을 산 것이 다행이라 느껴졌다. 그리고 다시 태어나도 널 만나기 위해 기꺼이 내 삶을 다시 살아내겠 노라 마음먹었다. 

미래의 아들을 상상하다

네가 태어나고 며칠 후 출근 길 지하철 안에서 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지하철 안 남자들에게 너의 이름을 붙여보며 네가 커서 이런 사람이 되면 어떨까 하고 상상해 보았다. 온몸에 문신을 한 자도 있고, 몸이 쇠약해 보이는 자도 있고, 키 큰 자, 키 작은 자, 정말 다양한 남자들에게 너의 이름을 붙이는 순간 난 놀라운 경험을 했다. 이 모든 사람들이 사랑스럽고 귀여워 보였다. 난 이들 한 명 한 명을 안아주고 싶은 마음을 겨우 참아내며 출근했다. 
그래서 아빠는 웃었다. 내일의 네가 어떤 모습이든 난 사랑할 수 있기에…

세상은 늘 희미하고 불안하다

아들아, 네가 태어난 세상은 전쟁과 전염병, 그리고 경제적 불안이 가득하다. 그래도 걱정하지 말아라. 40년 전 내가 태어난 세상도 마찬가지였으나 세상은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 내가 태어난 80년대 초반 영아 사망률은 천명당 30명에 가까웠다고 한다. 지금의 영아 사망률은 천명당 3명이 안된다. 우리나라의 기대 수명은 80년대 60세를 좀 넘기는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80세를 넘어섰고 이제 우리는 100세까지 살수 있는 시대라고 한다. 코스피 지수는 네가 태어난 날 2686이였는데 90년도의 코스피 지수는 933이였다. 

나은 세상은 가까운 곳에 있다

세상은 비관적인 사람들의 말과 달리, 분명 나아지고 있다. 세상이 아무리 살기 힘들다지만 오늘은 어제보다 나은 세상이 되어가고 있고 나 또한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데에 기여하고 있다고 믿는다. 내게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란 지금 내 앞 책상을 치우는 것이고 지금 내 옆 사람을 웃게 하는 것이며 지금 내 뒷 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것이다. 세상은 멀리 있지 않다. 네 엄마가 집에 오기 전에 내가 청소를 해야만 하는 이유다. 

아들아 멋진세상에 온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러니 앞치마를 입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 이 육아휴직한 아빠를 보며 너는 이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켜가는 아빠를 응원해 주길 바란다. 
세상은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임을 난 확신하기에 아들아, 난 너에게 소리쳐 말하고 싶다. 
이 멋진 세상에 온 걸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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