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행하는 중국 관광객 수 줄여라!”
“한국 여행하는 중국 관광객 수 줄여라!”
  • 송상훈 rangsung@naver.com
  • 승인 2016.11.0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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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 쇼핑 횟수 제한 및 저가여행 규제…국내 업계 옥죄기 나섰나
 

“중국 정부에서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유커)를 제한한 것은 사실입니다. 이는 사드 및 중국 어민들의 서해 조업에 따른 한국 정부의 강력 규제로 인한 경제적 보복 제재 조치의 일환일뿐만 아니라 여행사를 끼고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의 저가여행 근절을 위한 방안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로 인해 한국 화장품 업계뿐만 아니라 저희와 같은 중국 여행사들에게 미치는 타격 또한 클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정부에서 한국을 여행하는 중국 관광객 수를 지난해보다 20% 이상 줄이라는 내용에 대한 진위 여부 파악을 위해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중국 관광객들의 한국 여행을 진행하고 있는 중국의 한 여행사 대표와의 통화 답변 내용이다.

여행사 대표 측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규제는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이 아닌 구두 혹은 전화 통화를 통해 현지 일선 여행사들을 대상으로 내려진 지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침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 수를 20% 줄이고, 해외 저가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에 대해 엄중 처벌하며, 여행지에서의 쇼핑을 1회로 제한하는 등 중국 관광객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국내 관광 산업 및 상권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내용이 골자다.

게다가 이번 지침을 어길 시 약 30만 위안(약 5,000만원)의 벌금이 여행사들에게 부과될 정도로 강제성을 띄고 있다는 내용은 단순한 경고 차원이 아닌 중장기적인 규제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중국에서 한류가 인기 몰이를 하면서 한국을 방문하고자 하는 중국 관광객이 늘어났고, 여행사들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 저가 여행 패키지를 속속 내놓으며 반사이익을 누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저가 여행에서 빚어지는 강매 등으로 인한 중국 관광객들의 피해 증가 문제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화장품 및 패션 관련 제품을 대량 구매하는 등 해외 소비가 급증하면서 중국 정부 측은 자국민 보호 및 내수 진작이라는 명목 하에 저가 여행 근절이라는 칼을 꺼내든 것으로 비춰진다.

이에 따라 명동, 홍대, 이대 등 중국 관광객들이 주로 방문하는 주요 상권을 비롯, 면세점에 입점해 있는 국내 화장품 업체들도 중국 측의 이번 규제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소비한 금액은 139억달러(약 15조원)였을 정도로 국내 관광 산업에서 이들이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게다가 이미 내수 포화상태로 권태로웠던 국내 화장품 업계는 내수에서 눈을 돌려 수출 시장을 눈여겨 보기 시작했고, 특히 중국 소비자가 선호할만한 제품들을 속속 출시하며 대중국 수출을 기반으로 업계 성장의 불씨를 키워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위기의식을 느낀 중국 정부 측에서는 한국 화장품 시장의 고성장과 중국 소비자의 한국 화장품에 대한 높은 애착을 견제하며 자국 로컬 브랜드 강화 및 내수 진작이라는 명목을 빌미로 위생허가, 비자 발급 제한 등의 규제를 통해 한국 화장품 수출에 강한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기대에서 낙심으로… 위기에 내몰린 ‘면세점’

 

위에서도 언급했듯 중국 소비자가 국내 화장품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 이에 국내 업계는 중국 시장 진입을 위해 위생허가 획득, 중국 현지 유통사와의 MOU체결, 현지 법인 설립, 왕홍 활용 등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나, 중국 현지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 노력이 필수적으로 수반되기 때문에 상당수 국내 업체들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해외 및 중국 관광객에게 자사 제품을 비교적 쉽게 홍보, 판매할 수 있는 면세점의 의존도를 더욱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롯데, 신라, SK워커힐, 동화 등 국내 4대 면세점 매출 8조589억원 가운데 중국 관광객의 구매는 5조353억원으로 과반을 훌쩍 뛰어넘는 62%를 기록했다. 면세점 가운데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롯데면세점은 시내점(소공점·코엑스점) 기준 전체 매출의 80%를 중국 관광객으로부터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최근 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국내 면세점 매출을 수출액으로 포함키로 하면서 면세점 입점은 더할나위 없는 수출의 전초기지로 자리매김 할 것으로 기대감을 모으고 있었다.

그러나 국내 관광상권을 기반으로 면세점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이 같은 규제는 면세점의 주 고객층인 단체 관광객의 감소를 야기시켜 면세점뿐만 아니라 국내 화장품 업계의 매출에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전망된다.  

면세점에 입점한 한 업체 관계자는 “어렵게 면세점에 입점했으나 얼마전까지 매장 운영 비용을 매장내 매출로 충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매출이 바닥을 치고 있었다. 최근에서야 해외 관광객, 특히 중국 관광객들의 방문으로 매출이 눈에 띄게 늘어나면서 자리를 잡아가나 했다”며 “메르스와 같은 큰 이슈들로 매년 국내 화장품 시장이 들썩이는 것만으로도 데미지가 큰데 한국 화장품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중국 정부의 이번 규제로 인해 또 다시 어려운 국면으로 내몰릴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달 26일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정책실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저가 방한 단체 관광 상품을 근절하기 위한 것으로 사드와 연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단체 관광객은 전체 방한 중국 관광객의 35~40%로 그중 20%이니 연말까지 최대 10만 명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저가 관광 근절 조치이기 때문에 크게 염려할 수준은 아니나 계속 예의주시할 방침"이라며 업계와는 상반된 의견을 개진했다.

한국관광공사 측도 한류, 뷰티(미용) 등의 콘텐츠를 활용하고, 중국의 파워블로거인 왕홍(網紅)을 통한 현지 온라인 홍보를 강화해 단체관광이 아닌 개별관광객 유치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방침이라며 우려에 대한 부분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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