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이화여대 교수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
  • 김승수 기자
  • 승인 2011.11.18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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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은 진화의 결과로 생긴 것

 문화적 차이는 생물학적 기저 위에 나타나는 작은 영향“

 
 
아름다움에 대한 인류의 소망은 영원불변하다고 한다. 화장품산업은 이 소망 위에서 싹트고 번창해 왔으며, 앞으로도 발전할 것이다.

그렇다면 진지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그 기준은 변하는 것인가, 왜 우리는 아름다움에 끌리는가. 이에 대답할 때 아름다워지는 좀 더 나은 방법을 알게 되고, 또 아름다움을 꿈꾸는 사람들의 소망에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테니 말이다.(우리가 누군가에게 아름답다고 할 때 대부분의 경우는 예쁘다 혹은 섹시하다와 거의 비슷하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상대가 남자라면 또 그만한 말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아름다는 것은 이런 의미라고 보면 될 것이다.)

이런 이유로 본지는 직접 화장품산업에 종사하지는 않더라도 아름다움에 대해 더 깊이 그리고 더 넓게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줄 수 있는 분들을 만나 보기로 했다.

아름다움에 관한 질문에는 여러 각도에서 접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먼저 최재천 교수를 찾은 것은 인간은 어떻든 생물학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편집자 주>.

최재천 교수는 서울대 동물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 전임강사, 미시건대 조교수,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는 다윈의 성선택 메커니즘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다윈의 성선택론이 자연과학에서 아름다움을 설명하는 최고의 이론이라고 본다. 아름다움은 진화의 결과로 생겼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진화에 더 성공해서 더 많은 유전자를 남겼기 때문에 오늘날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는 것이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간 아름다움에 대해 논할 경우 여성이 많이 언급돼 왔으므로 다른 예로 풍경을 두고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최 교수는 말을 이었다.

여러 가지 풍경화를 두고 좋아하는 것을 고르라는 실험을 했더니, 미술관에 걸리는 명화보다는 배산임수의 아주 평범한 풍경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고 한다. 거의 전세계 문화권에서 동일한 결과를 얻었다. 이런 실험 결과에는 인간의 보편적 본성이 반영돼 있다고 본다. 즉 그런 장소가 잘 살고 번식하기에 유리한 곳이었고, 그래서 우리 조상들이 그런 곳에 살았으며, 후손인 우리는 그런 장소를 그린 풍경화를 좋아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니 아름답다는 것은 좋다는 것이기도 하다.

아름답다는 것은 번식에 유리했음을 뜻하며, 다산의 상징이 아름답다에 포함돼 있다고 보는 것이 진화생물학의 논리라는 설명이다.

그럼 남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최근에는 남자에게도 섹시하다는 표현을 쓰지만, 지금까지 대체로 멋있다고 하거나 강하다는 말이 일반적으로는 칭송의 표현이었다.

“요즘에는 꽃미남을 좋아한다. 그럼 예전에는 꽃미남을 싫어했나? 그것 아니다. 단지 경제적으로 여성들이 보호받아야 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강한 남자를 선호했던 것이다. 여성들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향상되면서 꽃미남에 대한 선호가 드러난 것이다. 요즘 남성들은 제공자로서의 매력과 동반자로서의 매력을 같이 갖고 있어야 한다”

아름다움을 이렇게 본다면, 아름다워지기 위해 과도할 정도의 다이어트나 성형을 하는 것, 더 심각해진다면 자기파괴적일 수도 있는 행태는 오히려 아름다움과 배치되는 것은 아닌가.

최재천 교수는 아마 그런 것은 어찌 보면 착각일 수 있다고 했다. 풍요로운 사회에서 살았기 때문에 극단적인 결과에 대한 두려움을 모르는 것일 수 있다는 뜻이다. 과도한 다이어트나 성형, 비정상적인 신체를 오히려 이상적인 것으로 보는 것은 일종의 사회병이라고 봤다.

“좀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칭송하는 분위기가 돼야 한다. 마릴린 먼로는 지금도 섹스 심볼이다. 그러나 먼로가 요즘 연예계에 데뷔하려 한다면 가능하겠는가. 흐벅지다는 우리말이 있다. 풍만해서 섹시하다고 해석할 수 있을 텐데, 그게 정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영양 상태가 좋아지면 온 몸에 고루 지방이 축적되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허리만 가늘어야 한다고 하면 그건 자연스럽지 못하다. 현실에서 통상적으로 찾기 어려운 여성을 이상적이라고 하는 분위가 문제다”

아름다움이 진화의 결과라고 한다면, 또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서양 중세 화가들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여인을 오늘날의 기준으로도 아름답다고 할 수 있을까? 중세와 현대, 서양과 동양의 차가 적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생물학적으로 의미있는 차이를 만들어낼 만큼 시간이나 공간적으로 멀지 않은데,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기저에는 생물학적인 것이 있다. 생물학적인 것이냐, 문화적인 것이냐 하는 식으로 양극화하여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문화적인 것은 생물학적인 기저 위에 작은 차이를 나타낼 뿐이다”

최 교수는 이어 현재는 미의 기준이 서양적인 것으로 수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세월이 더 흐른 후에 몇몇 주장처럼 문화의 중심이 동아시아로 오고, 그래서 동양적 미의 기준이 지배적인 위상을 갖게 되더라도, 변화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눈의 크기의 차이라던가 하는 정도일 뿐일 것이라고 했다. 기저에는 생물학적인 것이 있고, 그 위에 문화적인 것이 작은 차이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산업적으로 볼 때 그런 문화적 차이에 의한 미의 기준의 변화 가능성에 미리 대비해 놓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는 글에서 머지않아 남성화장품시장이 황금알을 낳는 시장이 될 것이라고 쓴 적이 있다. “여성시대가 돼 여성들이 사회의 주체적인 세력이 되면 남성들은 필사적으로 예뻐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자연계를 보자. 수컷이 암컷보다 더 아름답다.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 수컷들은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그때가 되면 남성화장품은 해도 좋고 안 해도 그만인 그런 시장이 아닐 것이다. 시장의 성격 자체가 바뀔 것이다”

현재 우리의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는 고령화다. 고령사회에서 아름다움의 기준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예전에는 젊음이 가고 나면 적당히 늙어 보여야지,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뒤에서 수군거렸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나이가 들어서도 오랫동안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그러자면 건강해야 한다. 젊어서는 건강을 해쳐 가면서도 아름다움을 추구했지만 나이가 들면 아름다움과 건강함의 연결이 더욱 뚜렷해진다. 건강한 아름다움으로 흘러갈 것이다”

인터뷰 서두에 아름다움을 주제로 삼은 이유를 설명하자, 최재천 교수는 마침 출판 준비 중인 ‘아름다움에 대하여’라는 책의 에필로그를 어젯밤에 끝냈다며 흔쾌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책은 지난 5월 아름다움을 주제로 열린 통섭원(統攝苑, www.tongsub.co.kr) 연례 심포지엄에서 다뤄졌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최재천 교수가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융합을 추구하며 2006년 개원한 통섭원은 올해는 그림·건축·음악·땅·춤·사진·진화·우주·시·디자인·물질 등 11개 분야의 인사 11명을 초청해 각자가 생각하는 아름다움과 그 이유를 말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를 마련한 적이 있었다.

사진․ 윤강희 기자 khyun0218@jangu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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