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가을호]만만치 않은 부담
[2011.가을호]만만치 않은 부담
  • 윤강희 jangup@jangup.com
  • 승인 2011.10.06 09: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품종 소량생산ㆍ짧은 납기ㆍ쌓이는 재고…대응에 부심

국내 화장품시장의 유통이 다변화되고 소비자의 니즈도 다양화, 세분화되고 있는 가운데 다품종 소량생산이 일반화되고 있다. 자재업계도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시스템을 구축하고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짧은 납기와 쌓이는 재고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화장품시장 변화…소량 발주 증가
플라스틱 용기를 생산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예전에는 기본 발주 수량이 1만개였다. 하지만 이 수량이 5000개로 낮아지더니 점차 기본 발주 수량이 감소하며 이제는 기본 발주 수량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까지 됐다”며 “화장품업체에서 시장 상황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고 일단 제품이 팔리는 상황을 보고 추가 발주를 하기 때문에 소량 주문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는 화장품업체에서 각 시즌별 신제품을 출시하고 광고와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화장품 전문점을 중심으로 화장품업체가 시장을 주도하며 히트제품을 만들어 대량생산이 가능했다”며 “하지만 브랜드숍, 대형마트, 홈쇼핑, 인터넷쇼핑몰 등 유통은 더욱 다변화 됐지만, 시장을 화장품업체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시장을 주도하면서 예전과 같은 히트제품을 찾기 힘들어진 것도 다품종 소량생산의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소량생산을 하더라도 후가공에서 발생하는 불량률까지 가만해 평균 5~10% 정도 초과생산을 하고 있는데, 1000개의 제품을 생산하면 50~100개의 재고가 발생하기 때문에  쌓이는 재고를 관리하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추가 발주에서 재고와 동일한 품목을 생산하면 문제가 없지만, 다른 품목을 생산하면 초과생산으로 발생한 재고를 1년을 보관한 이후 폐기해야 한다”며 “대기업의 경우 6개월 정도 이후 일부 재고를 처리해 주지만, 중소 화장품업체업체에서 발주된 물량에  의한 재고는 자재업체가 전부 부담으로 안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생산공장과 물류창고 등이 임대가 아니라면 부담이 덜하겠지만, 물류창고를 임대해 사용하는 업체는 재고 물량의 보관에 소비되는 기회비용의 부담도 크다”고 말했다.

소량생산, 불량의 원인도 돼
소량 발주에 따른 다품종 소량생산은 불량의 원인이기도 하다.

사출용기를 생산하는 한 업체의 임원은 “사출용기 생산에서 가장 이상적인 것은 한 품목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대기업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대기업의 물량만을 생산하는 일부 업체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다수의 업체와 거래하는 대부분의 자재업체들의 경우 다품종생산을 위해 금형을 자주 교체하게 되고 이에 따라 자연 발생하는 불량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불량률이 높아지며 생산효율은 떨어지고, 이는 제품 단가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경쟁이 치열한 자재업계는 생산원가 절감을 위해 불량률을 낮추고 생산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다품종 소량생산을 해야 하는 시장의 변화로 불량률 증가와 재고 발생 등으로 생산원가의 상승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원인으로 증가하는 생산원가에 대해 화장품업계에서는 납품단가에 반영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도 자재업계의 고민으로 남는다. 

국내 대기업과 거래를 하고 있는 한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의 경우 자체 전산시스템에서 자동으로 재고 수량과 필요한 수량을 계산해 발주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업에서 1000개의 재고를 확보하고 있고 필요한 수량이 500개면, 전산 시스템을 통해 500개의 발주가 자동으로 내려온다. 소량인 500개라도 납기일에 맞추지 못하면 납품 불량 업체로 등록이 되기 때문에 대기업과 거래 유지를 위해 우선적으로 생산하고 있다”고 어려운 사정을 설명했다. 또 그는 “특히 중소 업체의 경쟁이 치열한 튜브업계의 경우 거래처 유지를 위해 500개 이하의 소량 생산도 하는 업체도 있을 정도”라며 “소량 생산을 하더라도 테스트 생산을 진행하고 본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500개 이하의 소량 생산의 경우 적자를 감수하면서 거래처 유지를 위해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색조용기를 생산하는 한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화장품은 시즌별 트렌드와 주력 판매되는 제품이 자주 바뀌기 때문에 납기일 준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하지만 평균 2주 정도의 짧은 납기일을 지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용기 생산을 위해 금형을 설치하고 생산하는 데 1주일 정도 시간이 소요되며, 생산된 용기를 후가공하는 데에도 1주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후가공한 용기를 조립하는 데도 일정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2주의 납기를 맞추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화장품업체와 자재업체, 후가공업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자사는 물론 후가공업체도 다수의 거래처 물량을 작업하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에 작업을 마무리하는 데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품질 확보ㆍ납기 준수에 최선
대부분의 자재업체들이 ‘고품질의 제품, 정확한 납기일 준수’라는 경영 방침을 세우고 있다. 국내 자재업체들은 제품력의 중요성 알고 있으며, 제품력 향상을 위해 생산설비에 꾸준히 투자하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제품력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또한 계절에 따라 주력제품과 신제품 출시가 잇따르는 화장품이란 제품의 특성에 맞게 극심한 경쟁 속 에서도 납기일을 준수하기 위해 자동화설비를 도입하는 등 최적의 납기시스템 구축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화장품업계에서 재고의 비율을 낮추고, 전산화 시스템을 통한 자동발주시스템이 확산되면서 자재업계는 재고 부담과 다품종 소량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발주에서 납품까지 평균 2주 정도의 짧은 납기를 맞추기 위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과 소비자가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자재업계가 현실에만 안주한다면 경쟁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 역시 업계는 잘 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변화에 따라 자재업계도 끊임없는 혁신과 자기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 설비를 보강하는 등 투자에 나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인적 물적 투자를 통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