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의 역사와 克日
화장품의 역사와 克日
  • 박지향 jhpark@jangup.com
  • 승인 2001.07.2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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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각
미국의 존슨앤드존슨사가 설립된 것은 1886년, 프랑스 로레알그룹의 전신인 ‘머리에 손상을 주지 않는 염색약 회사’가 설립된 것은 1909년, 일본의 시세이도사가 설립된 때는 1872년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화장품 기업인 태평양의 설립연도가 1945년이니까 이들의 화장품 역사가 우리보다 대략 반세기 이상 빠르다.



우리가 이렇게 놓쳐버린 반세기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가. 불행히도 그 자리엔 일제 강점기라는 질곡의 시간이 있다.



국내 화장품 업자들을 감시하기 위해 ‘조선화장품제조업조합’을 결성해 화장품 산업의 발달을 막았던 이들이 바로 일본이었다.



그리고 광복 이후 반세기. 오늘날 한국 화장품 산업은 비약적 발전을 거듭해 세계 8대 화장품 시장의 하나로 당당히 거듭났다. 그 모두가 우리들의 열정과 땀으로 이룬 결과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난 반세기를 거쳐 일본을 극복했는가.



지난해 한일 화장품 수출입 현황에선 일제 화장품이 무려 4천7백만달러 어치가 들어온 반면 국내산 화장품은 그것의 1/20에 불과한 2백19만달러 어치만이 일본에 수출됐다.



한일 화장품 산업의 무역불균형이 이처럼 심각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업체들은 한국정부가 일본 문화 개방을 서둘러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미국이나 프랑스 기업에 비해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비도 터무니 없이 적고, 국내 기업을 빌어 현지 마케팅력을 충당하는 안전한(!) 방법을 선호해온 일본.



그렇다면 그들의 역사인식은 어떠한가. 얼마전 인터뷰를 가졌던 50대의 한 일본 화장품업체의 한국지사장은 ‘일본 역사 교과서 왜곡에 대한 일본정부의 사과와 수정이 없다면 일본 문화 개방 속도는 늦어질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기자의 지적에 “역사교과서 문제는 얘기하고 싶지 않다. 서로간의 문화적 이질감과 이해차이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2002 한일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있다고 해서 ‘좋은 게 좋은 거’란 식의 역사인식이나 기업간 교류는 있을 수 없다.



앞다퉈 일본 제품을 도입하고자 혈안이 되고 있는 기업, 나아가 소비자들. 혹시 우리 모두가 일본이 지닌 그릇된 역사관은 외면한 채 그들의 기업이나 제품에 지나치게 높은 점수를 주고 있진 않은지 깊이, 깊이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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