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제일제당, 그리고 삼성화장품
삼성그룹, 제일제당, 그리고 삼성화장품
  • 허강우
  • 승인 1997.01.16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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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부터 서울시내 통행량이 많은 지하철역 부근에 립스가판대가 등장, 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기자의 직업이 직업인지라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어 실상을 확인해보니이것은 단순히 제품가격의 할인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화장품회사의 사명(社名)을 둘러싼 미묘한 관계가 존재하고 있었다.



을지로입구역(2호선)에서 두명의 여성이 간이판매대 위에 립스틱을 진열하며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는데 POP물에는 「제일제당 신색상-2월 출시」 「2만원→5천원」등의 문구가 눈에 띄었다. 이게 왠일인가 싶어 다가가 『이게 정말 제일제당 립스틱이냐』고 물었더니 『삼성화장품 제품인데 제일제당은 삼성의 계열회사 아니냐』며 오히려 반문을해 오는것이었다.



일반 소비자들이라면 혼동할 가능성도 있겠지만 업계 전문지에 있는 기자에겐 통할 수 없는일이다.『당신들은 삼성화장품 본사 직원이냐』며 다그쳤더니 『우리는 본사 직원은 아니고 홍보사원이 고용한 아르바이트생』이라 면서 『회사간의 관계는 자세히 모르겠다』며 최초 했던 말에서 한발짝 후퇴했다. 문제는 사명을 이용한 소비자 기만이라는 데 있다. 기자는 이러한 상황을 압구정역, 대학로(혜화역)에서도 확인했다. 기자가 양사에 이 사실을 확인해 본 결과 삼성화장품측은 『우리 회사로서는 아는게 없다. 일반소매점에서 사명을 교묘히 이용해 판촉효과를 노리고 있는 행위로 생각되는데 제품에는 하자가 없으 니 사용해도 괜찮다」라는 답면을 했고 제일제당측은 『대표자와 통화해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할 땐 고발하겠다는 방침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회사명을 두고 벌어진 일과성 해프닝이라고 가법게 넘길 수도 있지만 고의든 아니든 삼성화장품은 제일제당에게 피해를 입혔고 소비자는 기만당했다는 사실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근들어 가뜩이나 상표권 분쟁, 카피제품의 논란 등이 표면화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불안한 업계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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