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연월일 표기만으로 충분"
"제조연월일 표기만으로 충분"
  • 허강우 kwhuh@jangup.com
  • 승인 2002.10.10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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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정부의 지나친 2중·3중 규제 우려


사용기한 표시제도에 대한 화장품 업계의 반응



화장품법 제 10조 제 1항 제 5호 `제조번호 및 제조연월일(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지정·고시하는 화장품의 경우에는 제조연월일 대신 사용기한)`의 시행이 내년 1월 20일부터 이루어지고 이에 따라 입법 예고돼 지난달 25일까지 화장품 업계의 의견을 수렴한 `사용기한 표시대상 화장품 지정(안)`에 대해 화장품 업계에서 `지나친 규제`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내 화장품 산업의 발전을 이끌겠다는 취지에서 제정된 화장품법 자체가 오히려 화장품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견까지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화장품 사용기한 표시는 궁극적으로 화장품 소비자들의 안전을 보호한다는 것을 시행 이유로 제시되고 있지만 이러한 제도는 결국 현재의 제조연월일 표시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화장품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시행 약 4개월 여를 채 남기지 않은 화장품 사용기한 표시에 대한 업계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현황을 점검하고 앞으로 화장품법 개정과 관련해 올바른 방향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실시배경



화장품 사용기한 표시제도는 지난 1월 화장품법이 개정되면서 현재 화장품에 제조번호와 제조연월일만 표기토록 한 것을 식약청장이 지정·고시하는 화장품의 경우에는 제조연월일 대신 화장품 사용기한을 표시토록 함에 따라 내년 1월 20일부터 실시되는 것이다. 이러한 화장품법 개정은 기능성화장품 제도가 실시되고 있는 상황이고 이에 따라 일부 제품의 경우에는 성분의 특성상 변질과 기능의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됨에 따라 `소비자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배경을 안고 있다.



사용기한 표시대상 화장품지정 고시(안) 내용



지난달 25일까지 입법예고됐던 `사용기한 표시대상 화장품지정(안)` 고시에서는 사용기한 표시대상 화장품을 △ 제조일로부터 적절한 보관조건에서 30개월 이내에 성상과 품질의 변화가 우려되는 품목 △ 5개 지정 성분을 함유하는 품목 △ 다만 5개 지정성분이 안정제·항산화제 등의 배합목적으로 0.1% 이하 사용되는 경우에는 사용기한 표시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화장품 제조업자 또는 수입업자는 사용기한을 입증할 수 있는 과학적·합리적으로 타당성이 인정되는 안정성 시험을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그 결과를 근거로 사용기한을 직접 설정해 표시토록 하고 있다. 외국에서 시험한 자료의 경우에는 이 규정에 적합한 경우 해당 시험자료로 인정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와 함께 각 제조업자와 수입업자는 이러한 시험자료를 해당 품목의 사용기한으로부터 3년간 자체 보존해야 한다.



외국·유사제품 간 관련 규정



현재 외국에서 화장품 사용기한에 대한 규정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는 △ 일본은 약사법 제 61조 제 5호에서 후생대신이 지정하는 화장품에 대해 사용기한을 표시토록 하고 있고 △ 미국의 경우에는 화장품 사용기한 표시에 대한 법적인 규제는 없는 상황이며 △ EU의 경우에는 `The date of minimum durability(best used before the end of the date itself)`를 표시하도록 하되 최적 사용기한이 30개월을 초과하는 화장품에 대해서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또 제조연월일 표시 역시 의무사항을 아니다.



유사제품의 경우에는 △ 식품이 유통기한 또는 제조연월일을 표시하고 △ 의약품은 제조번호와 유효기한 또는 사용기한(약사법 제 50조 제 1항 제 3호)을 표시하며 △ 의약외품은 제조번호와 제조연월일(약사법 제 58조 제 4호)을 표시토록 규정하고 있다.



쟁점 사항과 화장품협회의 역할 문제



현재 화장품 업계, 즉 제조업체와 수입업체에서 가장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부분은 역시 사용기한 표시 자체에 대한 필요성이다. 현재 제조연월일을 표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소비자 보호가 이루어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품목을 지정하고 이 품목의 함유량까지 지정해 사용기한을 표시하도록 규정한다는 것은 분명히 `규제`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제조물책임법 만으로도 충분한 소비자 보호가 이루어질 수 있고 외국에서는 존재하지도 않는 규정을 또 만든다는 것은 메이커를 더욱 힘들게만 할 뿐이라는 주장이다.



더구나 소비자들이 화장품에 대한 유통기한을 대부분 1년으로 인지하고 있다는 한국소비생활연구원의 조사에서도 드러나듯이 제조한지 1년 정도가 경과한 제품은 소비자 스스로 구입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굳이 사용기한을 표시할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가 압도적이다.



이와 함께 제조일로부터 30개월 이내에 성상과 품질의 변화가 우려되는 품목과 5개 지정 성분이 안정제와 항산화제 등의 배합목적으로 0.1% 이하 사용된 품목은 제외토록 하고 있으나이 한도가 너무 낮게 규정돼 있으므로 이 비율의 상향조정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또 안정성 시험의 경우에는 업체가 자체적으로 실시토록 해 두었으나 기준·시험방법에 따라 전 항목에 걸쳐서 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즉 기준·시험방법에 의해 전 항목의 시험을 하는 것은 안정성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업계의 주장에 대해 식약청 화장품담당자는 "현재 사용기한 표시 고시의 경우 이미 법 개정이 이루어진 이후에 진행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 규제니, 간섭이니 하는 문제제기는 당치않다"고 밝히고 "오히려 식약청에서는 법에 의한 사후관리에 중점을 두고 안정성 시험 역시 업체가 자체적으로 실시하도록 고시했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미 법 개정 단계에서 이루어졌어야 할 문제제기가 시행 4개월 여를 남긴 상태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말이다.



이러한 업계의 의견과 함께 제기되고 있는 것이 화장품협회의 역할이다. 화장품협회와 회원사 간의 불신의 골이 깊다는 것은 각 업체의 제도 관련 담당자들은 "이 같은 법·제도 관련 사안이 발생했을 경우 의견을 제시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단정하는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회원사들의 권익을 보호하는데 힘을 기울여야 할 협회가 오히려 어떤 경우에는 정부 부처보다 더 앞서서 규제한다는 모습을 보일 때도 있으며 회원사에서 의견을 개진한다 하더라도 반영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의견을 제출할 필요가 뭐 있느냐?"며 반문할 정도다.



협회 측에서는 "회원사가 의견을 개진하지 않아 업무진행이 어렵다"고 주장하고 회원사 측은 "반영되지도 않고 협회 사무국에서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마는데 의견 제출의 필요성이 없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나 이 사용기한 표시와 관련해서도 협회 담당자는 "법 개정단계에서 제조연월일과 사용기한을 모두 표시하자는 주장이 있었음에도 그나마 협회에서 동분서주해 겨우 고시지정된 품목에 한해서 사용기한을 표시하게 된 것인데 회원사들은 의견도 제출하지 않으면서 협회가 자의대로, 또는 더 나서서 회원사들을 어렵게 만든다고 비난한다"며 불만섞인 토로를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회원사 측에서 주장하는 의견 묵살에 대한 부분은 협회 관계자가 분명히 다시 한번 경청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이미 회원사가 협회에 대한 신뢰를 보내지 않고, 오히려 협회 때문에 더 힘들어진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한 협회가 추진하는 다른 사안들도 제대로 이루어지기는 어렵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사용기한 표시는 이미 법 개정에 의해 불가피한 상황이 되고 말았지만 협회가 실질적으로 회원사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협회에 대한 회원사들의 신뢰회복을 위한 변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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