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나의 엄마·아빠'
'사랑하는 나의 엄마·아빠'
  • 박지향 jhpark@jangup.com
  • 승인 2005.06.15 0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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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장품, '사랑의 편지쓰기 수상작 뽑아
한국화장품㈜(대표이사 김두환) 방판사업부는 5월 한달간 방판대리점과 판매사원을 대상으로 ‘사랑의 편지쓰기’ 이벤트를 전개, 지난 8일 시상식을 끝으로 관련 행사를 성료했다.



이번 행사는 부모님이나 은사와 가족 등 늘 가슴속에 감사의 마음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표현할 기회가 적고 쉽게 전하지 못했던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달하는 ‘사랑의 편지쓰기’로 영예 대상인 ‘효상’에는 광주지점 목포중앙대리점 송영민 사장님의 큰딸 은정양의 ‘사랑하는 나의 엄마, 아빠(하단 전문 참조)’가 선정됐다. 전국적으로 200여건이 접수되어 福償(2등), 和償(3등)을 비롯해 우수작 18건이 선정됐다.



처음으로 실시된 ‘사랑의 편지 쓰기’는 많은 응모자들을 통해 잔잔한 사랑의 감동을 남긴 가운데 방판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에 따라, 한국화장품 방판사업부는 이를 연례 행사로 확대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www.ihk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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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수상작 '사랑하는 나의 엄마, 아빠' 목포 송영민 씨 딸 송은정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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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2년 만이네요. 작년에 수험생이랍시고 공부한다는 명목 하에 어버이날 감사의 편지 한 장 보내지 못한 제가 못내 부끄럽습니다.

한 참 동안 5월에 걸맞지 않게 쏟아지는 햇볕이 몹시도 뜨겁더니 또 얼마간은 하늘이 매우 흐리네요.

그러고 보니 하늘의 맑고 흐림이 부모님의 마음과 똑 닮은 것 같아요.

자식들이 건강하고 밝게 자라주는 모습에 흐뭇해 하시다가도 가끔씩 철부지마냥 부모님 속썩일 때에는 가슴 아파하시는 부모님의 마음 말 이예요,

이제 며칠 후면 성년의 날 이예요

언제나 어른이 되는 건 나와는 먼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는데 올해 성년의 날에는 엄마, 아빠 큰 딸이 장미꽃 21송이를 받게 되었네요,

더 이상 어린이날 선물을 기대하지 못하는 중학생이 되고, 사춘기를 넘어선 고등학생이 되고, 학생증이 아닌 주민등록증을 발급 받고, 교복을 벗은 스무 살 숙녀가 되고, 내 행동에 책임져야 하는 대학생이 되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흘렀고,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저 참 많이 컸죠? 어렸을 적 사진부터 쭉 앨범을 넘겨보면서 ‘나 참 많이 컸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근데 왜 ‘ 나 참 많이 컸구나..’와 같은 말이 ‘우리 엄마, 아빠도 많이 나이 들어 가는구나..’란 걸 몰랐을까요.

어쩌면 엄마, 아빠 눈가에 하나씩 늘어가는 잔주름을 모른체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어요.

지난 일년 우리가족에겐 참 힘든 일이 많았잖아요,

항상 부모님께 자랑스러웠던 큰 딸이 대학입시에 실패해서 부모님께 불필요한 걱정만 많이 끼쳐드렸잖아요,

작년에 아빠 사무실에 불 나서 모두 다 새까맣게 타버렸던 거,

아빠, 엄마 건강에 적신호 들어왔던 거…

그 자체로도 힘들고 눈물 나는 일이었지만 무엇보다 제 두 눈에서 한 없이 많은 눈물을 쏟아내도록 눈물샘을 자극 했던 건 이 모든 일들을 객지에서 공부하는 딸이 혹여나 당신들 걱정에 학업에 방해 받을까 조심스러워 비밀로 하셨다는 사실…

엄마, 아빠…

사랑하는 엄마, 아빠…

언제나 머리 속에 떠올릴 때면, 입가에 맴돌 때면 눈물 나는 고유명사 엄마, 아빠…

한 해가 지나고 내가 어른이 되어갈 때마다 점점 작아져만 가는 것 같아 가슴 아픈 이름 나의 엄마, 아빠…

아빠, 혹시 기억 나세요?

항상 집에까지 들고 오신 두꺼운 서류뭉치와 씨름 하시던 아빠…

입버릇처럼 눈이 피곤하다고 하셨잖아요

근데 고 3때 눈이 아프다며 아빠랑 같이 안과 간적 있었는데 이왕 온김에 진료나 받아봐야 겠다며 잠깐동안 진료를 받고 나온 아빠랑 나눈 대화 기억 나요?

“아빠, 눈 왜 그런데요? 의사 선생님이 뭐라셔?”

“응, 별거 아니고 노안이야, 원래 이 나이 되면 그래”

그 말을 정말 아무렇지 않게 하던 아빠 때문에 그 날 학교에 돌아와서 자율학습시간 내내 눈물을 꾸역꾸역 참으면서 공부했던 거 아세요?

세상의 다른 아빠들은 모두 나이 들어도 우리 아빠만큼은 언제나 젊고 건강했으면 하고 바랬는데… 왜냐하면 아빠는 우리 아빠니까요…

그리고 엄마, 그거 알아요?

작년에 아빠 사무실에 불 났던 일, 아빠 과로로 건강이 많이 안 좋아져서 병원에서 꾸준히 검사 받고 있다는 것, 그리고 엄마 자궁에 혹이 생겨서 서울까지 나 몰래 병원에 다녔다는 것까지… 수능이 끝난 뒤에야 내게 털어놓았던 그날.

내가 얼마나 울었는지, 내가 얼마나 미안했는지, 내가 얼마나 미웠는지… 엄마 모르죠?

엄마, 아빠에게 빌려주기엔 너무 작은 내 어깨가 얼마나 야속하던지… 큰 딸이란 이름이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엄마 모르죠?

가끔씩 사람들이 부모를 선택할 수 없이 태어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품을 때가 있잖아요, 저는 이 편지를 빌어 하나님께 감사드려요.

저에게 부모님 선택권을 부여하지 않아주셔서 감사드려요

혹시나 그런 선택권이 있어서 내가 다른 사람들 딸로 태어났으면 큰일 날 뻔했잖아요, 엄마아빠 못 만났으면 큰일 날 뻔 했잖아요, 엄마아빠 딸로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친구들과 모여 수다 떨 때 부모님 이야기가 나오면 언제나 자신 있게 친구들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어요

“난 우리아빠 같은 남자 만나서 우리 엄마처럼 살고 싶어 그게 내 인생의 최종 목표야.”

엄마, 아빠 언제나 제 인생의 본보기 역할을 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미안해요, 언제나 미안해요.

엄마아빠가 제게 베풀어주신 사랑의 1/10도 되돌려 드리지 못해서 미안해요.

앞세우기에 너무도 부족함이 많은 큰 딸이라 미안해요

그리고 사랑해요, 언제나 사랑해요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구두를 100켤레 준다 해도,

내가 즐겨 마시는 커피 100캔을 준다 해도,

내가 자주 가는 옷 가게의 의류교환권 100장을 준다 해도,

내가 매일 가는 학교 앞 식당 무료 시식권 100장을 준다 해도,

지금 내 남자친구보다 100배쯤 멋진 남자를 소개 시켜 준다 해도,

아니 이 모든걸 한꺼번에 준다 해도 엄마아빠 머리카락 한 올 과도 바꿀 맘아 없는… 당신들은 제게 그런 존재입니다.

아빠! 멋진 영어선생님이 될께요,

아빠 큰 딸 영어 잘하는 사범대생 이잖아요,

나중에 교생실습 나갈 때, 임용고사 붙었을 때 선물로 예쁜 옷 사줘야 해요!!

엄마! 멋진 여자가 될께요,

항상 어깨 쫙 펴고 자신있게 자기자리에서 빛나는 숙녀가 될게요,

엄마 큰 딸 엄마 닮아서 예쁘고 똑똑하잖아요!!

마지막으로…

언제나 가슴속에서 고동치는 그 말, 이 편지를 빌어 한번 더 옮겨봅니다.

사랑합니다, 엄마 아빠…

2005년 5월 8일

스물 한번 째 어버이날

서울 하숙집 방에 홀로 앉아 눈물 닦으며 큰 딸 은정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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