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마샬미용실 하종순 회장
[초대석] 마샬미용실 하종순 회장
  • 최혜정 hjchoi@jangup.com
  • 승인 2005.01.17 0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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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희망을 얘기합시다
[대담·허강우 부국장]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 하종순(69) 회장을 곁에서 지켜본 사람이라면 실감할 수 있다.



넘치는 의욕과 불타는 열정, 샘솟는 호기심은 어린아이의 그것과도 같을 만큼 끊임없다.

마샬미용실을 오픈한지 어언 45년. 남들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데 그녀는 아직도 꿈을 먹고 산다.



'70년 인생에서 배우지 못한 운전을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며 작지만 쉽지않은 목표를 얘기하며 떠올리는 미소는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는 이들에게 작은 느낌표를 던져준다.



1천2백년전 '예로부터 70세까지 사는 것은 드물었다(人生七十古來稀)'며 시인 두보가 읆어대던 '곡강시(曲江詩)'는 평균수명이 80세에 이른 오늘날 실없는 말이 됐다. 나이가 많다고 하지 못할 일은 없다.



미용 하나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지난 반세기, 미용명가 (주)마샬코리아의 CEO로서, 미용계의 대모(大母)로서 든든하게 자리하고 있는 그녀가 을유년 새해 메시지를 전한다. <편집자주>



▲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오랜만에 뵙고 보니 쁘쁘셔서 나이들 시간도 없는 것 같습니다.

- 일하는 재미에 푹 빠져 삽니다. 9년동안 대한미용사회중앙회 회장으로, 세계미용협회인 OMC(Organisation Mondial de la Coiffure) 부회장으로, 아시아 지역 회장으로 조직생활만 하다 보니 새삼 미용실 경영하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불경기라고들 하지만 마샬뷰티살롱의 컨셉상 단골 고객층이 두터워 지난해도 대과없이 잘 마무리됐구요.



요즘 새로 오픈한 분당 파크뷰점과 일산점 등에 나가보면 70∼80년대에 '마샬'을 출입하던 고객들이 다시 찾아와 '진짜 마샬이냐', '아직도 원장이 생존하냐'며 관심을 가져줄 때 사업적으로 잠재성이 충분하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 지난해부터는 마샬코리아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업진척 상황 좀 말씀해 주시죠.

- 아직까지는 시작단계입니다. 불투명한 경기전망 아래 가맹점 확대만이 능사는 아니죠. 현재까지 마샬뷰티살롱이라는 브랜드를 고객들이 인지하고 고급 살롱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경기상황이 호전되는대로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프랜차이즈는 숫자가 아니라 관리가 중요합니다. 프랜차이즈의 생명은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 측면에서 마샬코리아는 다른 건 몰라도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강한 프라이드를 갖고 있습니다.



일단 직원을 뽑을 때고 엄격한 심사를 통하지만 국가대표 선수를 지낸 하성수 본부장의 일관된 교육과 10∼40년된 직원들을 중심으로 한 통일된 서비스가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기 위한 기반으로는 단단하게 다져졌다고 생각합니다.



▲ 40 평생을 한결같이 미용업에 종사하시면서 어려운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을텐데요. 9년간 회장을 지내고도 협회는 협회대로, 미용실은 미용실대로 적절하게 운영해 오신 점을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남다른 경영 노하우가 있습니까?

- 예를 들어드릴께요. 며칠전 분당점을 찾은 한 고객이 미용실에 들어와서부터 시술이 진행되는 내내 불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계십니다. 직원들이며 분당점 원장도 불편하긴 마찬가지죠. 그러나 그런 고객일수록 더욱 자주, 더 세심하게 서비스를 해야 합니다. 미용실은 기술을 파는 곳이지만 서비스 정신, 봉사정신이 없으면 이미 미용실로서의 생명은 끝난 겁니다.



굳이 말하자면 직원들에게 몸소 보여주고 실천하는 것이 비결이 되겠죠. 전 요즘도 분당에서 일산, 일산에서 명동 등으로 각 지점을 순회하고 다닙니다. 경영자가 일에 집중하고 있다는 걸 직원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보이지 않는 경영의 일환이겠구요.



▲ 해외진출 계획 또는 해외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 도입 계획 등은 없으십니까?

- OMC 등 국제적인 미용단체와 LCF(Label Coiffure Francaise)나 해외 활동을 통해 개인적인 명성이나 미용실 홍보는 돼 있는 상태입니다. 중국에는 이미 브랜드 상표 등록을 해 뒀구요.



하지만 해외 브랜드 도입 계획은 전혀 없습니다. 최근 몇 년간 직영점과 일부 체인점을 운영해 보면서 전에없이 마샬 브랜드의 소중함을 느낍니다. 고객의 뇌리에 깊숙이 남아있는, 아직 생명력이 있는 브랜드라는 생각에 대를 물려 사업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들구요.



언젠가 일본의 대표적인 미용실 프랜차이즈 기업 '타야(TAYA)'를 운영하는 타야 테쯔야 씨가 했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미용실 하나로 시작한 타야 그룹이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증권거래소에 등록된 최초의 상장기업이 될 정도로 성장시킬 수 있었던 것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미용인의 피가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구요.



해외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도입하는 것보다 마샬 브랜드로 대를 잇는 미용명가를 일궈간다는 것이 무리는 아니겠죠?



▲ 회장님, 요즘 미용사회가 특별감사 등으로 인해 협회 운영의 투명성과 회장의 도덕성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전임 회장으로서, 또 미용계 선배로서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 현 회장이 막중한 책임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용계를 위해 헌신한 전임 회장이나 고문, 미용계 발전을 위해 노력한 선배들에 대한 예우와 후배들에 대한 지도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구요.



그러나 어찌됐든 재정적인 문제나 내부 직원 관리 등에 있어 특별감사를 통한 부실이 드러난 이상 잘잘못과 상벌 등 도덕성 평가는 차치하고서라도 미용사회에 대한 전반적인 재점검과 평가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협회 회장은 봉사직이에요. 내적으로는 물론 대외적으로도 척박한 시장을 개척하고 미용사회의 존립기반을 만들어 온 전임 임원들과 선배들의 숨은 공로가 퇴색되거나 적어도 누를 끼치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무쪼록 순조롭고 조용하게 마무리되기는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 마지막으로 올해 소망 한말씀 해 주세요.

- 이젠 희망을 말할 때입니다. 직원들에게도 비전을 갖고 살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지난해 세무조사로 새해를 시작해 어려움이 컸지만 제자리를 지켜준 직원들이 있어줘서 고마웠습니다. 생전 처음 직원들 앞에서 눈물을 다 흘렸으니 말입니다.



올해는 40년간 내 손으로 밥 한번 해 주지 못한 남편과 아이들 챙기는 일, 그리고 운전을 꼭 배워볼 생각입니다. 가죽 브랜드 루이비똥을 오늘날 명품 브랜드로 만든 루이비똥도 그의 나이 70이 넘어서야 비로소 빛을 보기 시작했다는 말을 새겨봅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함께 희망을 얘기하는 2005년이 되기를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사진·윤강희 기자 khyun@jangu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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