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레알, ‘문화적 유산’으로 응전
로레알, ‘문화적 유산’으로 응전
  • 장업신문 master@jangup.com
  • 승인 2003.08.05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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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으로 승부거는 도식적 대결 배제…제 2의 샴푸전쟁 우려
P&G와 로레알의 세기적 대결下

로레알은 그동안 프랑스 메이커답게 파리 패션의 멋을 내세워 세계의 많은 여성을 사로잡으면서 세계화장품시장을 지배해왔다. 이 회사의 린제이 오웬 존스 회장 겸 CEO는 ‘로레알이 제공하는 것은 상품이 아니라 독특한 문화유산’이라고 자랑한다. 이는 로레알 상품 속에 파리가 깃들고 프랑스의 미용기술과 패션문화가 반영된다는 것, 그리고 ‘빠리지엔느’를 동경하는 세계의 여성이 로레알의 화장품을 갈망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자부심이 높은 세계최대의 화장품 기업 로레알에 대해서 세계 최대의 토일레트리(일용품) 기업 P&G가 화장품분야에서의 도전장을 내밀었다. 더욱이 P&G 측은 로레알이 프레스티지성을 전면에 내세운 이미지 우선방식의 판매방식과는 전혀 판이한 판매전략을 전개하려 하기 때문에 로레알이 지금까지 에스티로더와 싸웠던 무대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새로운 경쟁상대에 직면하게 됐다.



P&G는 그동안 의류용 세제나 종이기저귀 등의 일용품을 라이벌제품과 비교해서 얼마나 자사제품이 우수한가를 광고하면서 판매하는 것을 주특기로 삼아왔다.

예를 들면 P&G가 현재 전개중인 팬틴의 컨디셔너 제품광고는 ‘10일간의 도전’이라는 광고 테마 아래 10일간 사용하면 타사 제품 사용시보다 두발이 △ 60%나 더 건강해지고 △ 85%나 더 윤택해지며 △ 80%나 더 머리 모양세가 흐트러지기 어렵고 △ 70%나 더 헝클어지지 않는다고 약속하고 있다.



또한 올레이 토털 이펙트 크림은 모공의 크기, 주름의 길이, 기미의 크기 등을 측정 비교한 결과 유명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타 유명 브랜드 제품의 효과보다도 우수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광고하고 있다.

여기서 암시된 유명 브랜드 중에는 로레알의 랑콤이 표적이었다.

P&G는 클레이롤을 인수합병(M&A)해서 화장품 사업의 성장견인차로 삼는다는 전략을 전개 중이며 적극적인 화장품전쟁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 화장품시장의 판갈이 싸움

판매경쟁뿐이 아니다. P&G와 로레알은 나아가서 M&A에서도 매수 유망업체를 사이에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니베아의 스킨크림을 보유하고 있는 바이어스도르프 매수를 위해 양대산맥이 격돌했다. 바이어스도르프는 세계 최대의 스킨크림 업체이므로 어느 측이 매수하더라도 세계의 화장품판도의 색깔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서로가 양보할 수 없는 진검승부다.



P&G의 앨런 G 래프리 회장 겸 CEO는 여러 경쟁제품들에 비해 P&G의 제품이 얼마나 우수한가를 정직하게 전달함으로써 여성고객을 획득할 수 있다고 믿는 비교우위론자이며 자신감의 소유자이다. 심하게 말하자면 지금까지 많은 화장품회사들이 지킬 수도 없는 약속을 내세워 꿈에 부푼 여성소비자들을 배신해 왔다는 것이다.



반면에 세계의 톱 화장품 메이커 로레알을 이끄는 오웬 존스회장은 “로레알은 비교광고는 하지 않는다”면서 P&G의 공세를 코끝으로 웃어 넘긴다. 화장품은 고객에게 정보를 알려서 납득을 시켜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먼저 고객을 끌어 당기는 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로레알이라고 해서 고상하게 체면만 차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뒤진 분야에서는 로레알도 경쟁상대를 필사적으로 추격 중이다.



2년전 P&G가 노화방지 크림 올레이 토털 이펙트를 발매하자 로레알도 ‘비저블 리절츠’를 출시했다. 이 상품명은 ‘시각적인 성과’라는 뜻으로 단도직입적으로 상품의 효능효과가 분명히 나타난다는 뜻의 브랜드다. 더욱이 그 포장(패키징)은 토털 이펙트를 쏙 빼어닮은 이미지였다. P&G 측의 화장품사업 담당사장은 비지블 리절츠가 토털 이펙트의 ‘파렴치한 복사판’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비난에 대해 로레알 측은 비지블 리절츠의 고객층이 P&G의 토털 이펙트 애용층보다도 젊은 연령층의 여성을 겨냥한 제품이므로 추종이나 흉내내기가 아니라고 응수했다.



P&G는 래프리 회장이 경영사령탑은 맡은 뒤에 화장품사업을 성장전략의 견인차라고 규정지었다.



P&G의 제품시장은 이미 성숙상태로 종이기저귀·생리용품·의료용·세제·주방용세제 등 내셔널브랜드 제품과 프라이비트 브랜드 제품이 혼전을 벌여온 끝에 이윤마진이 크게 하락했다.



이 문제의 타개책으로 P&G는 제품라인을 다각화해서 매출과 이윤을 늘리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전임 야거 회장이 너무 서두른 나머지 2000년 1월에는 제약회사 워너램버트(WL)와 아메리칸홈프로덕츠(AHP)사를 1백억달러 이상에 M&A하려다가 보기 좋게 실패했고 P&G 주식값도 폭락했다. 결국은 야거 회장의 퇴진으로 일단락됐다.



래프리 회장은 새로운 CEO로 취임하자 곧 화장품사업의 확대전략을 선포했다.

실상 래프리 회장 자신이 P&G에서는 최초로 화장품 사업출신의 CEO이므로 그가 P&G 활성화의 기둥으로 화장품 강화전략을 결정한 것도 이해가 된다.



P&G 총매출 4백억달러 중 80억 달러가 화장품이다.



코끝으로 웃는 로레알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화장품계의 톱메이커 로레알은 연간 매출 1백40억달러로 18년간 연속의 두자리 숫자 이익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주식 시가총액은 5백4억달러로 프랑스 제2위의 기업체이다. 창업자의 딸 베탕쿠르 부인과 스위스의 네슬레가 로레알의 대주주로 지배권을 쥐고 있다.



그러나 실무면에서 로레알의 성장과 높은 주가 형성은 오웬 존스 회장의 공로가 크다. 1969년 일개 세일즈 담당사원으로 입사해서 1988년 경영 최고책임자 자리에 올랐다.



오웬 존스 회장의 사업수완은 80년대초 그가 미국 내 로레알 자회사의 사장이던 시절부터 빛을 발했다. 여배우 겸 모델인 이사벨라 로셀리니를 기용해 로레알 브랜드가 미국 내에서 유명해지는 광고효과를 누렸다. 그때부터 화장품광고에 유명 여배우나 슈퍼모델을 기용하는 것이 유행하고 공식화됐다.



최근에도 오웬 존스 회장이 ‘드림팀’이라고 부르는 유명여배우와 모델로 묶은 팀을 TV CM이나 잡지광고, 노천 입간판에 수시로 투입하고 있다. 그중에는 슈퍼모델 클라우디아 시퍼, 여배우 앤디 맥도웰, 카트린느 드뇌브 등이 포함돼 있다.



경쟁상대인 P&G 측도 로레알의 세련된 화장품 광고와 고상한 패키지 디자인에는 못미친다는 점을 솔직히 시인한다.



그래서 래프리 회장은 이탈리아의 명품 메이커 구찌그룹의 사장 도미니코 데 솔레를 중역으로 초빙하는 한편 프로덕트 디자이너들을 구찌에 파견해서 상품디자인 공부를 다시 시키는 중이다.



그러나 로레알 측은 P&G의 화장품사업을 성장의 견인차로 삼는 경영전략을 코웃음 치며 냉담한 눈초리로 대하고 있다. 로레알의 연구개발 책임자는 ‘P&G가 원래 세제 메이커인데도 사람에게 쓰이는 헤어케어 제품을 빨래에 쓰이는 의류용 세제와 똑같은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비웃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P&G 연구팀은 반론하지 않는다. 실상 P&G는 클레이롤의 헤어컬러를 부활시키려는 R&D 전략을 세제연구실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 기술이 클레이롤의 헤어컬러 시장점유율 하락곡선에 브레이크를 걸어 헤어케어제품 반격의 계기를 삼겠다는 것이 P&G 측 전략이다.



샴푸시장은 3파전

로레알의 헤어케어 분야에는 두 가지 유력한 브랜드가 자리잡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인포메이션 리소시즈에 따르면 ‘로레알파리’와 ‘가르니에’가 미국의 헤어컬러 시장에서 절반에 가까운 47.9%의 쉐어를 차지하며 P&G의 클레이롤은 35%에 그치고 있다. 지금 로레알과 P&G는 서로 상대방의 핵심 브랜드 시장에 파고들어 쉐어를 잠식, 확대하려는 불꽃튀기는 혈전에 나섰다.



로레알은 스킨케어 분야에서 강하지만 P&G는 화장품 사업 확대의 디딤돌로 독일의 바이어스도르프를 M&A 대상으로 노리고 있다. 성공하면 유럽 스킨케어 시장에서의 P&G의 위상이 하루아침에 달라진다.



반면에 로레알은 창립 95년의 역사에서 최대규모의 신제품 발매 캠페인을 전개하느라고 현재 여념이 없다. 로레알은 금년 2월 미국에서 샴푸, 컨디셔너의 신제품 ‘풀크티스’를 출시했는데 로레알은 유감스럽게도 미국 샴푸시장에서 4위, 컨디셔너 시장에서 5위에 머물고 있다. 반면에 P&G는 팬틴, 클레이롤, 허벌에센스의 세 가지 주력 브랜드로 미국의 샴푸시장, 컨디셔너 시장에서 모두 점유율 톱을 지키고 있다.



이 풀크티스는 미국 드럭스토어에서 P&G의 톱제품 팬틴, 허벌에센스와 나란히 진열돼 판매되고 있다. 샴푸 분야 미국시장에서 로레알은 P&G보다 지명도가 뒤지지만 앞으로의 쉐어 신장이 즐거움이며 일할 보람을 느낀다고 오웬 존스 회장은 기대한다.



로레알은 미국 샴푸시장에서 P&G의 반격 뿐 아니라 유니레버로부터도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유니레버는 미국에서 도브의 샴푸, 컨디셔너 신제품을 출시해 1억1천만달러의 광고판촉비를 쏟아 넣었다. 로레알도 샴푸제품 풀크티스를 출시했으므로 P&G를 포함한 3파전이 전개되고 있다. 로레알은 출시 첫해에 쉐어 5%를 차지하고 3년내에 10%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화장품업계 컨설턴트는 첫해 쉐어가 10%라도 만족해야 될 상황이라고 경고한다. 뜨거운 샴푸 3파전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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