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이는 부진재고…대리점 긴 한숨
쌓이는 부진재고…대리점 긴 한숨
  • 김진일 jikim@jangup.com
  • 승인 2003.01.15 0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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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커 신제품 러시속에 전문점 반품은 늘어
대리점들이 부진재고 처리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리점주들에 따르면 최근 판매부진과 더불어 반품처리에 인색한 메이커의 정책, 신제품위주의 공세, 그리고 거래 전문점의 반품비율이 높아지면서 재고부담이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욱 큰 문제는 부진재고 처리 경로로 활용돼온 도매상의 경우도 대리점 출하가보다 많게는 50% 이상 저렴하게 거래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이러다 보니 최근 유통가에서는 `늘어만가는 회사 미수금과 쌓여만가는 부진재고`라는 말로 현재의 대리점상황을 설명하는 이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마포와 종로지역을 관할하고 있는 U대리점장은 "대리점 매입물량 기준으로 클레임을 포함한 반품비율이 1%로 제한돼 있는데다가 신제품 거래와 동시에 전문점에서 대리점으로 유입되는 부진재고 처리에 메이커가 적극 나서고 있지 않다"면서 "조만간 폐업을 계획하고 있지만 부진재고 때문에 이 또한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최근 시장상황을 고려했을 때 수요를 예측해 상품에 대한 적정 수준의 재고량을 보유해야 한다는 재고관리 원칙론을 따르기에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10여년 간 부천지역을 담당해왔던 D대리점장도 "장려금에 의존하는 대리점들이 매입물량을 갑자기 줄일 수 없는 상황에서 제품공급 라인을 전문점으로만 한정시킨다면 조만간 상당수 대리점들이 존폐의 위기에 내몰릴 것"이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알린 뒤 "전문점 또한 재고비율을 낮추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메이커가 반품에 인색한 것은 대리점 수익구조를 악화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이나 한 듯 메이커 측에서도 인터넷 쇼핑몰과의 거래를 굳이 막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사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해당상권내 쇼핑몰은 물론 할인마트와의 거래를 정식으로 인정하고 있다. 물론 전문점과의 가격마찰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적정수준의 가격을 유지한다는 조건에서다.



이처럼 최근 대리점가는 신규 제품공급 라인을 발굴 또는 개척하는 데 힘을 쏟고 있는 모습이다. 매출보다도 이익감소폭이 큰 상황에서 그나마 창고에 쌓여있는 재고물량이라도 소화시켜야 할 때라는 게 이유다. 또 메이커의 영업권역 구분에 대해 공정위가 시정명령을 내린 이후라는 점에서 인접지역이나 각 지방에서 자유롭게 새로운 판매경로를 찾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재고에 대한 부담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현재 각 대리점이 보유하고 있는 재고물량보다 전문점에서 판매하지 못한 부진재고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수금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해서 제품을 수거할 수 없는 상황인데다가 신제품은 계속해서 공급해야 할 처지라는 얘기다.



대리점주들은 제품을 밀어 내놓고 나 몰라라 하는 메이커가 아니라 대리점 부진재고 처리에 협조적인 메이커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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