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계 화장품·의약품 소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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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업신문 master@jangup.com
  • 승인 2002.01.2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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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라·부츠 일본시장서 철수

불황 한파 이기지 못하고 백기 … 7개 점포 폐문

일본 화장품 유통업계에 요란한 광고와 함께 진출해 힘찬 사업전개를 시도했던 외자계 소매업의 세계적인 대기업 두 업체가 지난해 장기 소비불황에 허덕이던 일본 풍토에 견디지 못하고 물러났다. 프랑스 최대 화장품 전문점 체인 ‘세포라(SEPHORA)’가 지난해 12월말까지 일본내 점포 7개점을 전부 폐쇄하고 일본시장으로부터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보다 앞서 영국 최대의 소매유통업체 부츠(BOOTS)도 지난해 7월에 일본시장 철수를 발표한 바 있다.



일본 장업계에서는 1999년부터 점포 전개를 나란히 시작했던 부츠와 세포라가 영업 2년도 안돼 백기를 들고 퇴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계 소매업 대자본의 일본 상륙이 각광을 받았던 것 못지 않게 두 업체의 철수결정은 지난해 일본 장업계의 어두운 뉴스로 받아들여졌다. 완전실업률이 최악인 5.4%(2001년 10월 집계)로 경제 침체의 타격을 두 외자계 소매업체가 정면으로 뒤집어 쓴 꼴이 되었다.



프랑스 화장품전문점 체인의 최대 업체인 세포라의 일본내 법인체 세포라 에이에이피 져팬(東京소재 제프리 타게트 사장)은 2001년말까지 일본내 7개 점포 전부를 완전 폐쇄하고 철수키로 결정했다고 발표하면서 일본경제의 악화 때문에 더이상 점포수 확대를 계속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철수 이유를 밝혔다.



세포라는 고급 브랜드의 제조판매를 맡은 세계적인 유명그룹 LVMH 속하는 산하업체이다. 튼튼한 모기업을 배경으로 세포라는 프랑스 최대의 화장품 전문체인으로 손꼽히며 유럽 전역에서도 화장품 판매규모 랭킹 2위를 자랑한다. 현재 세계 각국에 약 3백60개 이상의 점포를 가지고 있다.



일본에는 99년 11월에 도쿄 긴자(東京 銀座)에 일본 진출 제 1호점을 개설한 것을 시작으로 모두 7개 점포를 개설했다.



이들 점포들 마다 세계 각국으로부터 엄선해서 들여온 유명 브랜드와 세포라 독자 브랜드의 프래그런스·메이크업·스킨케어·바디케어제품을 폭넓게 진열해 눈길을 끌었다. 종래의 고객대면 판매방식을 중심으로 삼는 고급 화장품 판매방식과는 달리 개방적인 셀프 방식으로 오픈 판매하는 등 독특한 판매 수법을 택해 신선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세포라는 고객의 특별 요청이 있으면 언제라도 뷰티 컨설턴트가 상담에 응해 지도와 충고를 아끼지 않는 상시대기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특히 스킨케어 부문에서는 피부성질을 구분해 주는 진단기와 세포라 특유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서 적절한 어드바이스를 제공하는 등 셀프판매 방식만을 고집하는 완고한 형태는 아니었다.



세포라는 1호점이 1백85평, 2호점이 1백22평, 3호점이 1백28평 등 일본내 화장품 전문점으로서는 넓은 매장 규모가 특징으로 꼽힌다. 특히 일본내 최대규모로 손꼽혔던 세포라 하라쥬꾸(原宿) 점포는 지하 1층, 지상 2층의 총면적 4백12평, 매장면적 2백88평을 확보했고 동사로서는 최초의 시도인 종합에스테틱 살롱까지 특설해 헤어스타일링에서 페이스케어, 바디케어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그리고 아름다움의 문화센터도 병설해 프래그런스 세미나 등 다채로운 이벤트를 주최해 호평을 받았다.



세포라 점포의 외장은 흑색과 백색을 기조로 대조시킨 특별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고 점내에서는 흑과 백, 그리고 적색을 바탕으로 한 용기와 조명으로 호화스런 이미지를 연출했다. 이처럼 외장과 내장 점내 이미지 설계에 독특한 판매수법과 품목갖추기, 접객방식 등 종전에 일본에서는 없던 새로운 화장품 전문점으로 그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러나 세포라도 일본의 경제불황이 이처럼 심각하고 엔저정책까지 도입해야 될 만큼 장기화될 줄은 미처 예측하지 못했고 끝내는 두손을 들게 됐다.



이보다 앞서 일본에 진출해 헬스앤뷰티케어(H&BC) 분야에 외자계 대형소매업의 첫 깃발을 꽂았던 영국의 드럭스토어 최대업체인 부츠도 지난해 7월에 철수결정을 발표했다. 완전실업률이 최대기록을 수립하는 가운데 일본 소매업계는 지난해에 매출감소폭이 최대규모로 집계됐다. 세계적 규모의 외자계 소매업체들이 일본의 한파를 이겨내지 못하고 줄줄이 철수해 버린 일본 화장품 업계는 그만큼 업계 도태가 가속화될 징조를 보이며 새해 장업계의 대규모 구조개편의 바람이 불지 않을까 주목되고 있다.



부츠, 세포라의 철수요인 : 일본시장을 오판



화장품 등의 소매업 국제화에는 점포투자라는 하이리스크가 수반된다. 이 때문에 국제화의 위험부담을 회피하기 위해서 선택되는 수단으로는 보통 ▲ 업무제휴 ▲ 합작방식 ▲ 완전자회사화 등 세가지 방식 가운데 하나를 택한다. 흔히 외국시장 진출방식은 이 형태를 차례로 옮겨가 끝내는 완전자회사화하는 변화로 마무리된다.



우선 업무제휴는 경영자원의 투하량이 적고 실행하기 쉬운 반면 제휴상대업체에 대한 통제력이 약하기 때문에 성공하는 확률은 낮다. 이에 반해 세포라가 취했던 완전자회사(일본내 법인조직)방식은 경영자원의 투하량이 큰 만큼 일본시장에서의 통제력은 강력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실패요인은 일본시장을 잘못 판단했던 오산에 있었다.



반면에 부츠는 리스크와 통제력이 중간정도인 합작방식(일본 미쓰비시 상사)을 택했었다. 그러나 파트너로 상사를 선택했기 때문에 일본시장내에서 부츠가 지닌 소매업 경영의 노하우를 충분히 발휘하는 데 지장을 받았다. 양측간의 경영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심각했고 이것이 결별의 한가지 요인으로 발표됐다.



결국 장기불황의 일본경제 한파에는 두 공룡 소매업체들이 모두 두 손을 들었다. 아무리 판촉비를 쏟아부어도 점포세나 인건비를 흡수할 만한 매출신장과 수요창출 등 적절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리고 그 주요원인은 일본에서의 관리체제 결함과 일본시장 특성에 대한 판단착오에 있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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