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취급은 곤란" 한 목소리
"의약품 취급은 곤란" 한 목소리
  • 이원식 wslee@jangup.com
  • 승인 2001.06.22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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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일자 표기만으로 충분…기능성 등 제한적용 바람직


`화장품 유통기한 표시` 무엇이 문제인가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최근 `화장품에 유통기한을 표시하자`는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화장품 유통기한의 도입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PL(제조물책임)법의 내년 7월 1일 시행을 앞두고 대한화장품공업협회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가운데 유통기한이 주목을 받음으로써 서로 충분조건을 이루고 있다. 표면적으로만 보자면 우선 PL법의 대책이 더 시급한 인상을 주고 있다.



화장품협회는 지난 7일 보건복지위원회에 화장품의 유통기한 도입에 대해서 공식적인 반대입장을 전달했다. 협회와 화장품업계의 반대입장은 타 산업과의 형평성 원칙을 들어 제조연월일과 유통기한 두 가지 모두를 표기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결국 현행법대로 유지하자는 의견을 주축으로 하되 제조일자와 화장품 유통기한 중 결국 하나를 선택해 표시하자는 의견으로 귀결시키고 있는 양상이다. 소속단체의 입장에 따라 향후 유통기한의 도입 문제는 하나의 메뉴를 선택해야한다. <편집자 주>






[소비자] - "유통기한 표시해야 94.9%"



지난 3월에 발표된 한국소비생활연구원의 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94.9%가 앞으로 소비자의 안전관리 측면에서 제조일자와 유통기한을 모두 표시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대부분이 앞으로 소비자의 안전관리 측면에서 제조일자와 유통기한을 모두 표시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현재의 표시방법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또 전체 응답자 중 61.5%가 기초화장품의 유통기한이 1년이라고 응답했고 35.4%의 응답자가 색조화장품의 유통기한은 2년이라고 대답했다. 소비자들은 평균적으로 화장품의 유통기한에 대해 1년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소비자 단체들은 조사결과에 따라 현재 제조일이 오래된 화장품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받는 피해는 계속되고 있으며 이러한 피해를 막기 위해 화장품에 유통기한을 표시하는 대책을 정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정부는 올해 소비자보호차원의 주요 정책들을 마련하고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기 때문에 향후 소비자단체의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될 경우 화장품의 유통기한 도입도 영향을 받을 것이 틀림없다.





[국회 보건복지위] - "소비자 정보제공 차원, 반드시 도입돼야"



한나라당 임인배 의원이 대표발의한 화장품법중개정법률안은 화장품에 대한 유통기한 도입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제안이유를 보면 "화장품은 인체에 직접 사용하는 제품으로 식품이나 의약품과 같이 인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의약품의 성격을 지닌 기능성화장품의 사용이 크게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은 화장품의 유통기한의 기재·표시의무를 규정하지 아니하고 있어 유통기한이 지난 화장품의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 발생을 방지하지 못하고 있는 바, 화장품의 유통기한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함으로써 유통기한이 지난 화장품의 사용으로 인한 인체에 부작용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임(안 제10조제1항제5호)." 즉 현행 제10조제1항제5호인 `제조번호 및 제조연월일`을 `제조번호·제조연월일 및 유통기한`으로 개정하자는 의견이다.



지난 3월초 임인배 의원을 비롯한 보건복지위 소속 국회의원들은 민생관련 법안 개정작업을 위해 관련 제도의 개혁부분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식품, 의약품과는 달리 화장품에 유통기한이 없는 것의 문제점을 인지했고 국민의 건강보건상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됐다. 모 인사에 따르면 대부분 국회의원들이 현재 화장품에 표시된 제조연월일을 유통기한으로 오해하고 있었다는 점을 들어 유통기한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강조했다. 그는 "정책입안자들이나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유통기한이 필요하다는 데에 일치를 보았다"며 "특히 기능성화장품은 피해우려가 다분하므로 유통기한 표시가 필수적이다"라고 밝혔다.



이들 국회의원들은 기능성화장품 시대를 맞아 소비자들의 불안함이 높아질 것이라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화장품협회측이 식품과 의약품과의 비교를 지적한 것에 대해 화장품은 공산품과는 다르게 인체에 사용되므로 피해 측면에서 차원이 다르다는 주장을 내세운다. 이와 함께 유통기한을 정해두면 유통과정에서 제품이 걸러지므로 오래된 제품이 할인 판매되는 점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생산자가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와 편의를 제공함이 마땅하다는 명분이 이들 국회의원들의 최대 무기인 셈이다.





[대한화장품공업협회] - "두 가지 표시는 반대"



"국내 화장품 산업의 발전과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도 화장품 유통기한 표시 관련 내용은 현행법대로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협회는 유통기한을 도입하자는 의견에 대해 반대입장을 전달했다. 업계의 관련 전문가들은 유통기한 도입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문화적인 기호품인 화장품만의 특성과 현실적인 사정을 잘 모른다는 얘기를 한다. 덤핑문제만 보더라도 화장품의 수명이 워낙 짧아 수많은 화장품들이 탄생하는데 유통기한의 도입으로 유통과정 상 오래된 제품의 할인판매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느냐는 얘기다.





엇갈리는 의견들



그동안 화장품의 유통기한 도입은 소비자단체 등의 문제제기와 함께 화장품과 관련된 연구방안이나 논문 등에서 종종 제기돼왔다. 우선 올해 초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화장품협회의 용역을 의뢰 받아 실시한 `판매자가격표시제도의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중에서 유통기한 도입이 판매자가격표시제의 보완방안으로 제안된 바 있다.



다시 관심을 모은 것이 지난 3월 한국소비생활연구원이 발표한 소비자 의식조사를 통해서였다. 소비자의 94.9%가 유통기한 표시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조사 표본대상의 특성과 오차범위를 감안하더라도 거의 대다수 소비자들이 유통기한을 도입하자고 느끼고 있다는 말이다. 일단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이 든든한 후원자를 등에 업은 셈이다.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화장품 업계 전문가들은 선뜻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 오래된 화장품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는 주장이 다소 모호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오히려 소비자들이 제조일자와 유통기한의 개념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지에 의문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 식품이나 의약품과는 달리 화장품의 경우 인체에 치명적인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면을 이해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물성(物性)의 개념을 지닌 화장품은 원료 자체가 안전하다는 것과 국내 화장품의 경우 사전 안전관리가 확보돼 있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태평양기술연구원의 이옥섭 원장은 "소비자들이 화장품을 구입한 후 보관을 잘못했거나 오랫동안 방치한 후에 다시 사용한다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말한다. 각 메이커의 소비자상담실에 따르면 오래된 화장품의 사용에 따른 피해사례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비자단체의 상담사례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소비자연맹의 이향기 실험실장은 "화장품 사용으로 인한 피해사례가 많지 않고 국내 화장품의 피해발생시 대부분 보상을 받고 있다"며"국적불명의 수입화장품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생활연구원의 조사결과 수입화장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식을 보면 제품 품질에 대해서는 50%이상이 만족하는 반면 유통기한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약 85%가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장품 업계 종사자들은 소비자들에게 건강안전상의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원칙에는 아무런 이의를 달지 않는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화장품의 특성상 라이프사이클이 워낙 짧아 소비자들이 평균적으로 생각하는 유통기한과는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업계 전문가들이 말하는 화장품의 수명이 `6개월 미만`이라는 점과 비교할 때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1년 이상`이라는 기한은 상당히 추상적인 개념이라는 지적이다. 화장품협회 안정림 전무는 "화장품의 경우 유행적인 요소가 강해 과학적으로 지정된 사용기한보다 실제 유통되는 라이프사이클이 훨씬 짧아 제조연월일만 표기하는 현행 제도만으로도 별 문제가 없다"라고 말한다.



또 이향기 실장은 "화장품의 유통기한 표시는 식품의 경우와 비교할 때 자율화로 가는 방향과 역행하는 면이 있다"고 말한다. 이 실장은 또 PL법이 시행되는 상황에서 유통기한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을 덧붙이고 있다. 그동안 식품 유통기한의 개선방안을 살펴봐도 식품산업의 경쟁력 제고, 자원의 낭비 방지, 무역마찰의 초래 등을 예방하기 위해 리콜제도와 식품검사의 과학화, 유통구조의 개선을 선행시키는 쪽으로 진행됐다는 점은 화장품의 유통기한 도입이 당장에 급한 불은 아니라는 의견에 명분을 실어주고 있다.





누가 유통기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인가



어떤 제품을 어떤 기간으로 정한다는 것을 누가 할 것인가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특히 다품종의 일반화장품에 대한 기한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는 상당히 복잡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향수의 경우 포도주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향이 좋아지는 탓으로 10년이나 20년이 될 수도 있다. 일반화장품의 경우 과학적인 근거제시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옥섭 원장은 1년 이상이라는 소비자의 인식에 대해 어차피 1년이 지난 제품은 모두 반품이 된다는 점을 들어 기한을 정하는 문제가 쉽지 않음을 지적한다.여기서 유통기한의 개념을 살펴보자. 유통기한이란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을 말하며 이 기한 내에 적정하게 보관·관리한 제품은 일정 수준의 품질과 안전성이 보장됨을 뜻한다. 업체가 일종의 보증서를 써준 셈이다. 이는 제조업체의 책임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소비자도 책임이 뒤따른다. 유통기한 동안만 제조업체의 책임이 있고 나머지 부분은 소비자의 몫이다.



한나라당 임인배 의원의 하승재 보좌관은 이번 개정안 발의에 대해 "분명 업계에 부담이 있을 수 있다"라고 전제하고 "유통기한을 단지 일률적인 숫자의 개념으로 정하자는 게 아니라 업계의 충분한 협의와 검토를 거쳐 소비자에게 안전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PL법의 시행으로 유통기한의 실효성이 한 단계 더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의문에는 "PL법은 사후 책임을 묻는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화장품을 사용하기 전에 피해 정도를 예측할 수 있는 것과는 개념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보건산업진흥원의 한 연구원도 비슷한 입장이다. 그는 "협회의 반대입장이 너무 궁색한 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식품이나 의약품에 비해 화장품의 안전성이 높다는 것은 상대적인 비교일 뿐이라는 점이다. 화장품 역시 인체에 사용되는 제품인 이상 워스트케이스, 즉 최악의 사태를 염두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원료업계 종사자는 화장품은 의약품처럼 약효를 나타내는 주성분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획일적 유통기한 기준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기능성화장품의 경우 보존조건이나 시간경과에 따라 역가가 떨어지는 성분에 대해서 사용기한을 명시해야한다고 말한다. 비타민 A나 C성분이 들어간 레티놀 제품이라든지 염색약, 퍼머약 등 ∼약이 들어가는 제품들이 해당된다.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강제성을 포함하기 때문에 협회측은 결국 화장품업계와 소비자측의 의견을 수렴하여 자율합의로 가이드라인을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식약청이 나서서 가이드라인을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업계의 이해타산이 다르기 때문에 주무부서가 나서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식약청이 기존의 `규제`성격의 업무태도에서 업계에 발전방향을 제시하고 이끌어주는 쪽으로 탈바꿈해야한다는 전제가 놓여있다.



최근 화장품협회는 보건위원회측에 현행법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밝히면서 소비자안전측면을 고려해 제조연월일과 유통기한 중 하나는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다만 유통기한의 도입으로 정해지면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성분에 대해서만 사용기한을 명시할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위원회측은 협회의 의견을 충분히 고려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기한 도입을 주요 골자로 하는 화장품법개정법률안은 오는 9월 1일 정기국회에서 처리된다. 한편 임인배 의원측은 개정법률안이 통과돼 유통기한 표시가 도입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PL법의 시행과는 별도로 화장품의 유통기한 도입문제는 소비자 보호차원과 정보제공이라는 측면에서 어떤 식으로든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넓게 보아도 유통기한의 도입으로 화장품업체들이 기술력을 점검·제고하며 신뢰도를 한 차원 높여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에 반대할 명분은 없기 때문이다.





기사입력일 : 2001-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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