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비필충천(飛必沖天) 위해 돌아온 박평순
[특별인터뷰]비필충천(飛必沖天) 위해 돌아온 박평순
  • 김유진 pick@jangup.com
  • 승인 2020.12.02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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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닉 포에버 통해 국내 넘어 세계 시장 겨냥
오가닉 포에버 박평순 대표이사
오가닉 포에버 박평순 대표이사

[장업신문 김유진 기자]흔들리지 않는 단호한 눈, 결의에 찬 입술, 선 굵은 목소리, 장내를 압도하는 포스, 흡사 한 마리 범이다. 

박평순, 그가 돌아왔다. 3년 반만이다. 그간 요청에도 한사코 마다하던 그가 인터뷰에 나섰다. 때가 됐다는 판단일 거다. 

지금이 그때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선뜻 내뱉은 뒤, “반칙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모시던 분이 어려움을 겪었던 상황에서… 이제는 내 뜻을 펼치고 싶습니다”라며 속내를 비쳤다. 

박평순. 그의 이름에는 늘 ‘영업의 신’, ‘야전사령관’, ‘추진력·돌파력·전투력 만렙’이란 수식어가 뒤따른다. 마음먹은 일은 반드시 해야 하는 강단 있는 성격 탓에 호불호가 나뉘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은 “영업 하나 만큼은…”이라며 이견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그가 CEO 박평순이란 명함을 들고 세상 문을 열었다.

화장품은 문화콘텐츠 사업

그의 손에서 나온 첫 작품은 유기농 소재를 사용한 오가닉 포에버(ORGANIC FOREVER). 출시된 제품 하나하나를 들고 그간의 과정을 풀어냈다. 

“화장품과 잠시 떨어져 있는 동안 여러 나라를 다녔습니다. 독일에선 외형보다는 내용물에 충실한 유기농 제품을 접했고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파도를 헤치는 젊은 서퍼들을 보며 영감을 얻었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오가닉 포에버는 그에게는 늦둥이 같은 자식이다. 

박 대표는 최근 시장 트렌드와 환경 변화에 맞춰 제품 개발에 꼼꼼히 임했다고 한다. 특히 오가닉이라는 브랜드명에 걸맞게 소재 사용과 내용물 처방은 물론 부자재와 디자인에도 공들였다. 이를 위해 여러 제조사를 찾았고 원료와 부자재도 직접 검수했다. 상품 디자인은 전문 디자인업체를 통해 진행했다.

8월 초 선보인 오가닉 포에버 서퍼 선크림을 시작으로 폼클렌져, 에센스, 여성기초, 마스크팩, 립밤·핸드크림, 남성, 달팽이 크림, 비건 라인 등이 연이어 출시되고 있다. 연말까지 계획된 품목만 50개에 달한다. 제품별로 캐릭터를 부여하며 개성을 강조했다. 서퍼 선크림은 서핑 보드를 형상화했고 마스크팩은 ‘明明白白(명명백백)’, ‘小小笑笑(소소소소)’ 등 4가지 한자로 제품명을 달았다. 제품을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표현해 브랜드를 알린다는 계획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화장품은 곧 문화콘텐츠 사업’이라는 그의 철학 때문이다. “화장품은 단순 공산품을 넘어 문화를 소비하는 콘텐츠사업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메이드인코리아가 아닌 디자인바이코리아로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시장 반응은 이미 뜨겁다. 자사 온라인몰과 스마트스토어에 올라온 사용 후기는 호평 일색이다. 특히 마스크팩 라인은 해외 선주문만 200만 장에 달하고 1000만 장의 추가 발주도 확약받았다. 

미백효과를 부여하는 오가닉 포에버 明明白白 마스크팩. 사진제공=오가닉포에버
미백효과를 부여하는 오가닉 포에버 明明白白 마스크팩. 사진제공=오가닉포에버

그의 화장품과의 인연은 2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 1학년 때, 선배의 소개로 시작한 아르바이트가 지금까지 한 길만을 파게 했다. 남대문과 월미도를 오가며 장사를 배웠고 94년에 회사에서 출시한 화장품을 들고 전국을 누볐다. 

“몸은 고되지만, 마음만은 즐거웠다”라며 당시를 회상한 박 대표는 “지금 뜻을 같이한 직원들과도 가족 같은 회사로 만들며 키우고 싶다”라고 밝혔다. 그래서인지 박 대표는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한다. 지금의 동료들과 함께 회사를 성장시켜 성과를 나누겠다는 뜻도 밝혔다. 

오가닉 포에버를 구성하고 있는 멤버들은 10여 명선. 박평순 대표를 중심으로 총괄관리를 맡고 있는 이원섭 본부장,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로 활약 중인 황의건 전무,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인 박태윤 이사 등이 주요 임원진이다. 현재 외부 인력 수혈은 계속 진행 중이다. 내년 이맘때쯤 전체 인력을 150명 수준으로 올릴 생각이다. 이를 대비해 그는 얼마 전 삼성동 인근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내년 초에 사무실 이전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틈새 상권으로 환경 변화 적응할 것

최근 급변하는 유통환경과 관련해 박 대표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기존 상권을 중심으로 하는 오프라인 유통전략은 더는 의미가 없다”라고 전제 한 뒤 “생활환경의 변화에 맞춰 유통 동선을 다시 짜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오가닉 포에버는 명확한 판매전략을 구가하고 있다. 달팽이 크림은 군부대 PX에, 폼클렌저는 3대 편의점(CU·GS25·세븐일레븐)으로, 2종 3종 기초 세트는 대형 마트(하나로)로 상품별로 특화된 채널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마니아층을 겨냥한 틈새 전략도 눈여겨 볼 행보다. 

그는 “얼마 전 동해라인을 찍었다”라며 스마트폰을 내민다. 여기가 어디냐는 질문에 “양양 서퍼비치”라고 답했다. 국내 최고의 서핑 성지로 1년 내내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양양 서퍼비치와 전략적인 협업을 통해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출시하기로 했다. 또 다른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경포대 세인트존스 호텔과도 입점을 타진 중이다.

유통 못지않게 중요한 마케팅 부분도 힘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회사 내ㆍ외부에 포진된 마케팅 전문가 그룹의 지원을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집중적인 투자를 쏟을 계획이다. 마케팅 구성원은 이미 연간 매출 1500억 원에 맞춰 세팅해 놓았다고 전했다. 

중국은 글로벌의 출발점이자 베이스캠프

박 대표는 향후 중국 시장에서 펼칠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최대 규모의 시장입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시행착오로 인한 경제적ㆍ시간적 타격은 큽니다”

초기 승패가 중국 시장에 달려 있다고 판단해, 영업과 마케팅력을 집중시키겠다는 게 박 대표의 구상이다. 최대 승부처로 보는 중국 시장을 겨냥해서 현지 왕홍과 셀럽을 활용한 중국 최대 라이브커머스는 물론 다양한 채널에 홍보 마케팅을 펼치겠다고 한다. 

그는 이달 중에 중국으로 들어간다. 중국 현지 파트너사와의 계약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다. 

“중국 바이어들이 하루빨리 와 달라고 합니다. 비자가 나오는 데로 곧바로 들어가 현재 진행 중인 중국 법인 설립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판로 개척에 나설 예정입니다.” 

몇 달간 중국에 머물며 현장 영업전문가로서 쌓은 내공을 십분 발휘할 생각이다.

중국 진출에 있어 선결과제인 상표권, 위생허가와 관련해서 박 대표는 “전혀 문제없다”라고 말했다. 국내ㆍ외에 상표출원을 통해 지적 재산권을 확보했고 위생허가도 일정대로 진행 중이다. 

중국 시장 진출이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면 그 폭발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지금의 계획대로면 내년에 매출액 100억 원, 2025년에는 15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터뷰 말미에 회사를 설립하기까지 순탄치만은 않았다고 그동안의 속사정을 밝혔다. 지인들은 왜 고생길을 자초하냐며 핀잔을 줬고 일부는 노골적인 견제까지 해왔다. 그럴 때마다 박 대표는 “끊임없는 헌신과 날카로운 질주만이 살아있는 이유”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날게 되면 하늘을 꿰뚫고’ ‘침묵하다 놀라운 큰일을 한다’는 비필충천(飛必沖天)을 꿈꾸고 있는 박평순 대표. 조만간 어느 중국 도시 상공을 날면서 글로벌 오가닉 포에버를 펼칠 그의 모습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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