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입 화장품 가격 인하 수혜자는 ‘다국적 기업’
중국, 수입 화장품 가격 인하 수혜자는 ‘다국적 기업’
  • 송상훈 rangsung@naver.com
  • 승인 2017.01.20 11: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 로컬 기업 성장 둔화… ‘한국’ 양날의 검 쥐고 사업 전개
 

세계 화장품 브랜드 사이에서 가장 핵심적인 매머드급 시장으로 자리매김한 중국은 최근 수입 화장품 가격인하로 인해 로컬 브랜드의 성장 둔화가 예상되고, 국내 화장품 업계는 양날의 검을 쥐고 대중국 사업을 전개하게 될 양상이다.

2015년 중국 화장품 소매가격의 증가속도는 약 10%이며, 전통 화장품 브랜드를 보유한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의 가격 증가율은 모두 5% 이하인 것을 감안하면 중국 로컬 브랜드가 중국 현지에서 입는 타격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지난 2015년 6~7월 진행된 중국 수입화장품 가격 인하에 이어 2017년 1월 또 다시 진행되는 수입 제품 가격인하로 인해 국내 기업들의 대중국 사업에 큰 영향이 미칠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월 초 아모레퍼시픽과 다국적 기업 에스티로더, 로레알 측은 2017년부터 중국 현지 소매가격을 인하해 중국 수입단계 소비세 조정에 대응한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 중국 측은 중국 정부의 ‘화장품 수입단계 소비세 조정에 관한 공지’에 맞춰 지난 15일부터 라네즈,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설화수 등 4개 브랜드 327개 제품의 중국 판매가격을 최소 3%~30%까지 인하했다.

이와 함께 에스티로더 그룹은 지난 5일부터 에스티로더, 크리니크, 맥, 바비브라운, 조말론, 톰포드, 마이클코어스 등 산하 브랜드의 일부 색조제품과 향수 제품에 대해 중국 판매 권장 소비자가격을 인하키로 했다. 이번 가격 조정 대상품목에는 약 300개 이상이 포함됐다.

지난 4일 로레알도 랑콤, 에르메스, 입생로랑 등의 제품 가격을 인하한다고 밝혔으며, 1월 1일부터 본격적인 제품 가격 인하가 실시되었다.

이와 같은 중국 현지 시장에서의 가격 인하 정책은 중국 정부가 지난해 10월부터 일반 화장품 소비세 폐지와 함께 ‘고급화장품’의 세율을 기존 30%에서 15%로 하향 조정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 성격을 띄고 있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2015년 6월 1일부터 화장품 제품을 포함, 의류, 신발, 기저귀 등 일용 소비재의 수입관세를 모두 낮췄고, 이 가운데 피부케어 제품의 수입관세는 5%에서 2%까지 조정했다. 이후 로레알, 에스티로더 등 대부분의 수입화장품들의 가격인하가 잇따라 발표된 바 있다.

이로 인해 국내 기업들의 현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판매가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며, 대부분의 수입 브랜드가 모두 중국 시장의 규모를 늘리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 현지 브랜드는 매출에 타격을 받아 성장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전자상거래와 해외직구시장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현재 단계에서 화장품 가격이 나날이 투명해지고 있어 해외 화장품 기업이 중국 소매가격을 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와 같은 가격 인하 정책은 로컬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보일 수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되나 다국적 기업과의 또 다른 경쟁이 심화되면서 중국 시장에 특화된 한국 제품을 제외하고는 자연스럽게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내 화장품 업계 전반에 긍정적이기 보다는 장기적으로 직간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 같은 가격 인하는 중국 현지보다 국내에서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의 쇼핑이 줄어들어 백화점, 면세점을 비롯해 명동, 동대문, 홍대, 이대 등 주요 관광상권에 위치한 로드숍 및 드럭스토어 등의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게다가 오는 27일부터 시작되는 중국의 대 명절인 춘절을 맞아 대규모 중국 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중국 현지의 수입화장품 가격 인하로 인해 국내 화장품 업계에 타격이 다소 있을 것이라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일본 한 관계자는 "이번 수입브랜드의 가격인하로 인해 로레알, 에스티로더보다 가격이 비교적 낮은 편인 한국 화장품의 가격인하가 중국 현지 브랜드에 더욱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모레퍼시픽의 최대 가격인하율은 30%에 달하며, 로레알 등 브랜드에 비해 가격인하 공간이 한정적인 상황임에도 사상 최대 가격인하를 단행한 점이 이례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 브랜드 연구소 주단펑(朱丹蓬)연구원은 과거 몇 년간 세계 경제 불황의 영향으로 고급 화장품 브랜드 판매실적이 좋지 않았지만, 최근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력 향상과 소비업그레이드 현상으로 고급 화장품의 기존의 개인적 소비는 현재 대규모, 집단적 소비로 전환되고 있으며, 비록 가격인하가 기업에게 제품별 이익률을 감소시킬지 몰라도 규모의 경제 효과로 수익성 증대에 분명한 기여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우억(??) 화장품 구매 서비스 플랫폼 백운호(白云虎) 창시자는 “이번 경쟁은 브랜드 간 경쟁이 아니라 기업 내부의 국가 간 판매 경쟁”이라며 “가격인하는 한 기업 내 제품의 국가 간 가격 차이를 완화시켜 소비자들에게 심리적 형평성을 가져다주어, 더 많은 소비자들을 유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많은 브랜드의 가격 인하는 주로 색조화장품에 집중돼 있어 관련 세금을 제외한 후 약 80%의 이익률을 기록하는 색조화장품은 상당한 가격인하 공간을 보유하며, 화장품 소비세 조정 이후에도 색조화장품 시장에서 또 한 번 가격인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 업계 관계자는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