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의 마케팅, 포지쇼닝, 브랜딩
화장품의 마케팅, 포지쇼닝, 브랜딩
  • 김득수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포장디자인과 교수
  • 승인 2012.07.06 16: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외의 디자인상을 받은 화장품이 적지 않다. 수상 브랜드들은 그 영광을 집중 홍보하곤 한다. 디자인이 상품성에 미치는 영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본지는 지난 호의 이 난에 브랜드사 및 제조사의 자재 구매와 거래업체 선정 기준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를 게재했다. 브랜드사나 제조사나 구매 결정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제품력을 꼽았다. 본지 창간호에 게재된 자재업체 대상 설문에서도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응답이 매우 높았다.

그러나 제품력을 결정하는 기준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브랜드사 및 제조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디자인을 가장 중요하다고 꼽은 응답이 10개, 디자인을 가장 뒤에 놓은 답변이 7개사였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별개로 치고, 어떻든 디자인을 매우 중요시한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다. 반면에 본지 창간호 자재업체 대상 설문에서 디자인에 대한 언급은 향후 성장 가능성과 관련한 응답 1개가 있었을 뿐이다. 이처럼 차이가 큰 데에는 수급 양측의 입장 차이와 생산 및 유통상의 구조 등 여러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화장품산업에서 디자인이 갖는 가치나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생각한다. <편집자 주>


‘포장은 말없는 세일즈맨’(Pildich, 1961)이라는 말로 포장의 마케팅 요소를 강조하는 말은 너무 고전적이어서 진부하다. 마케팅 학자들에 의해 패키징(Packaging)의 ‘P’가 마케팅 믹스의 4P 즉, 상품(product), 유통(place), 가격(price), 판매촉진(promotion)에 이어 다섯 번째 P로서 일컬어져야 한다는 주장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까지 포장은 상품의 일부로 인식되고 있다. 이름, 기호, 심볼, 디자인, 형태 등으로 상품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요소들은 기존의 프로덕트에서 패키징으로 독립하여야 하고, 판매촉진 기능의 광고 기능과 판촉 기능은 부분적으로 패키징으로 옮겨야 한다. 특히 화장품 포장은 가격정책과 유통전략에도 관여하므로 사실상 5P 마케팅 믹스 모두의 활동에 관여한다고 보아야 한다.

비주얼 브랜드
2007년 한국디자인진흥원 디자인대토론회에 참석한 미래학자 존 나이스빗이 ‘비주얼 컬처가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가 왔다’고 했다. 지금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시각문화의 부상과 문자문화의 쇠퇴다.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문자에서 시각으로 옮겨가면서 새로운 예술과 기술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며 두뇌와 감성이 함께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늘날의 플라스틱 사출이나 압출, 몰딩, 코팅, 인쇄, 증착, 도금 등의 가공기술 등은 형태와 시각적 표현을 자유자재로 하고 있다. 기술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던 플랙시블 패키지, 알미늄 캔, 카톤, 테트라팩 등도 새로운 형태 변형이 가능해지고 있다.

패키징 디자인을 통한 브랜드 표현에는 형태, 라벨, 로고, 심볼, 재료의 질감, 패턴, 컬러, 그래픽 디자인 등 다양하다. 형태와 기술에 의한 재료의 질감, 이 두 가지 요소는 디자인을 통하여 브랜드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요소들이다.

제조기술이 평준화된 지금은 포장이 제품에 선행하고 있다. 차별화를 통해 표현되는 포장의 시각적 형태가 포지쇼닝에 절대적으로 기여한다. 맛으로 마시는 우유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어른이’ 쭈쭈바 설레임, ‘어른이’ 스낵과자 프링글스, 안마시면 위암 걸리는 요거트 윌 등 차별화된 포장이 상품의 포지쇼닝을 결정한다. 마케팅의 목표는 포지쇼닝이고, 차별화를 통한 포지쇼닝의 목표가 브랜딩이다. 잘 포지쇼닝된 브랜드는 예외없이 브랜드가 시각화되어 있음을 알 필요가 있다.

네슬레가 과자회사 로운트리를 장부가격의 5배에 인수했다. 브랜딩 차원에서 보면 이는 킷캇 브랜드에 거대 다국적기업 네슬레를 넣고자 함이 아니라, 오히려 브랜드 킷캇의 명성을 네슬레가 얻고자 함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야콥슈샤드를 크라프트가 인수하고 다국적 기업 크라프트를 초거대 다국적기업, 말보로로 알려진 필립모리스가 인수했다. 그러나 오직 살아 숨쉬는 브랜드는 밀카쵸컬릿이나 토블러로론이다. 필립모리스는 크라프트를 살 때 장부가격의 여섯 배를 주었다. 개별 브랜드의 가치를 그림처럼 부등식으로 이해하여야 한다.

화장품은 고관여 감성상품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정서적으로 접근하고 충동구매하는 상품이다. 감성적 언어에 호소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비주얼로 표현하는 감성언어가 바로 포장디자인이다. 브랜드 운용은 유니레버나 P&G처럼 기업브랜드보다는 개별 브랜드 전략을 편다. 소비자는 비달사순이나 도브만 알면 되지 P&G나 유니레버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다. 패키징을 브랜드화함으로써 도브, 니베아, 아이보리, 크레스트, 비달사순처럼 명확한 시각적 연상이미지를 창출하고 상품 카테고리 안에서 이미지 충돌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라이방(Ray ban), 무스(mousse), 본드(bond), 호치키스(Hotchkiss), 정종, 스카치테이프(Scotch tape), 셀로판(Cellophane), 바셀린(Vaseline), 샤프(Sharp), 아스피린(Aspirin), 지퍼(Zipper), 크레파스(Craypas), 맨소래담(Mentholatum)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안타깝게도 카테고리 대명사로만 남았다. 비주얼이 없는 탓이다.
 
감각의 전이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는 것은 반복적인 노출과 관련이 있다(Achenbaum, 1986). 즉 친숙해진다는 것은 비주얼 자체의 문제보다는 그 비주얼의 경험의 횟수와 관계가 있다는 말이다. 뇌과학자 몬테규는 맛이 브랜드 효과에서 나온다는 생각에 몰두하였다. 피험자에게 fMRI 속에 누워 튜브를 통하여 콜라 맛을 보게 한 다음 뇌 영상을 촬영하고, 다시 코카콜라 이미지를 연상시키게 하고 다시 영상 이미지를 살펴보았다. 이 때 뚜렷하게 등쪽가쪽전전두엽이 발화되었다. 이곳은 다른 신경계의 실행 통제 역할을 맡고 있는 영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이 맛의 중추 안쪽안와전두피질을 제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야코보니, 2008). 결과는 코카콜라가 펩시보다 더 맛있다였다. 맛의 우위를 주장한 유명한 펩시챌린지는 패키지가 없는 상태인 블라인드 테스트였던 것이다. 지금도 조사해 보면 펩시콜라가 더 맛있다. 그러나 눈을 감고 콜라를 마실 수는 없지 않은가.

브랜드라고 하는 것은 알고 보면 패키지를 보고 우리 마음이 만들어 내는 허상이라고 할 수 있다. 심리학자이자 마케팅 학자인 루이스체스킨은 버터 패키징을 통해 ‘감각의 전이(Sensation Transference)’ 현상을 설명하면서 사람들이 슈퍼마켓이나 백화점에서 물건을 고를 때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제품의 포장에서 받은 느낌이나 인상을 제품 자체로 전이시킨다고 했다.

포장 재료와 디자인에 아낌없이 비용을 투자하는 화장품이야 말로 감각의 전이가 이루어지게 디자인할 수 있는 분야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 그는 다만 /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 그에게로 가서 나도 / 그의 꽃이 되고 싶다. /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의 꽃은 빛깔과 향기에 맞는 이름을 불러야 된다고 하고 있다. 여기서 이름은 존재를 말하고 이름을 밝히는 행위는 곧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는,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그 무엇, 잊혀지지 않는 눈짓, 이런 게 포지쇼닝이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무언가 되고 싶은 것이 브랜딩이다.
생떽쥐페리의 ‘어린왕자’를 읽어보자.

“안녕” 여우가 말했다. / “넌 누구니? 참 이쁘구나.” 어린왕자가 말했다. / “나는 여우야.” / “이리와서 나하고 놀자. 난 아주 슬퍼.” / “난 너하고 놀 수 없어. 길이 안들었으니까.” / “길 들인다는 게 무슨 말이니?” / “모두를 잊고 있는 건데,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란다.” 여우가 대답했다. / “관계를 맺는다구?” / “응, 네가 나를 길들이면 우리는 관계를 맺는 거야. 내게는 네가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것이고. 네게도 내가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여우가 될거야.” / 하나밖에 없는? / 응, 그리고 네가 나를 길들이면 난 네 걸음 소리만 들어도 세상에 누구와도 다른 너라는 걸 알게 되지. 그리고 저기 저 밀밭이 보이니? 지금 내겐 아무 의미도 없지만 네 머리카락은 금발이니까, 네가 나를 길들이면 나는 저 금빛 밀밭만 보면 나는 네가 생각날거야. 그리고 밀밭에 이는 바람마저도 사랑하게 될 거야.

브랜딩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소비자와 관계를 맺고 소비자를 길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모두 시각적이다. 금발처럼, 밀밭에 일렁이는 바람처럼.
어린 왕자와 여우가 헤어질 때 이런 대사가 있다.

어린 왕자가 말한다.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물도 마찬가지야. 아저씨가 내게 준 물은 음악 같았어. 도르래와 밧줄 때문에 말이야…”
작별 인사를 할 때, 여우는 비밀을 하나 가르쳐준다. “네가 행성에서 길들였던 장미가 그다지도 소중해진 것은 그 장미를 위하여 잃어버린 수많은 시간 때문이야. 사람들은 이런 진리를 잊고 있어. 언제나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해. 넌 네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물이 음악이 되는 것은 물과 함께 기억된 도르래와 밧줄 때문이다. 우리의 기억은 한 가지가 한 가지를 물고 들어간다. 시냅스(뇌신경 단위 면접부)가 연결하는 뇌의 회로 때문이다. 물은 화장품 내용물이고 도르래와 밧줄은 화장품 용기이다. 브랜드 로열티, 그것은 소비자가 그 화장품을 위하여 잃어버린 수많은 시간에 의하여 만들어진다. 우리는 크림만 바르는 게 아니라 형태도 컬러도 질감도 함께 바르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