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겨울호]국내 화장품 용기의 역사
[2011.겨울호]국내 화장품 용기의 역사
  • 최지흥 jh9610434@jangup.com
  • 승인 2012.01.02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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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개화 시작 … 제품력, 가격경쟁력 세계 수준

화장품의 역사를 아는 사람은 많아도 화장품 용기의 역사를 궁금해 하거나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화장품 용기는 상품으로서 화장품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이자 국내 화장품산업이 발전하는 데 원동력이었지만 용기를 하나의 자재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장품시장의 급변에 따라 용기는 화장품을 구성하는 하나의 자재 이상의 가치로 인정받게 되었으며, 오늘날에는 화장품 용기 디자인과 기능도 제품을 선택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화장품 용기의 중요성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게 되었으며 다수의 기업에서 전담 부서를 개설해 화장품 용기 개발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제 조금은 궁금해질 법도 한 화장품 용기의 역사를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1980년대 자동생산시설 도입
화장품 용기산업은 화장품시장의 태동과 발전을 함께해 왔다. 화장품 제형이 변화되고 소비자 니즈가 다변화되면서 용기의 중요성도 함께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국내 화장품이 대량생산체제로 본격적인 태동을 알린 60년대 화장품 용기산업은 매우 열악했다. 대부분이 수공업으로 만들어져 오늘날과 같은 디자인이나 기능을 찾아볼 수 없었으며 캡을 끼우기 위한 부분의 작업은 많은 시간이 소비됐다.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들이 용기를 수입에 의존했으며, 80년대에 들어서서야 용기의 자동생산시설이 국내에 첫선을 보이게 됐다.

소재 역시 60년대에는 도자기를 응용한 초자용기가 주류를 이루어 소재의 다양성을 찾아 볼 수 없었으며 70년대 들어서 플라스틱을 비롯해 유리, 금속으로 다양화되기 시작했다. 물론 이마저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 것이 현실이었다.

기초제품이 대부분 초자용기를 사용했다면 색조제품에는 금속 소재가 주로 사용됐다. 국내 화장품의 효시로 알려진 박가분의 용기와 60년대 최고의 파우더 제품으로 꼽히는 코티분의 용기가 금속 소재였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다.

이후 화장품 용기 제조의 비용 절감과 차별성이 주목되면서 국내에서 생산된 유리용기가 등장하게 되었으며 다수의 제품들이 유리용기를 사용하게 됐다.

초기에는 두산유리나 삼화유리와 같은 대규모 유리공장들이 화장품 용기를 생산했지만 주문량이 적고 생산성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유리공장들이 화장품 용기 생산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현재 화장품 유리용기를 대규모로 생산하는 곳은 영일유리가 유일하며 아모레퍼시픽의 자회사인 퍼시픽글라스 정도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화장품 용기 소재가 본격적으로 다변화되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중후반부터다. 당시 석유화학산업에서 탄생한 플라스틱이 화장품 용기로 사용되면서 다양한 소재의 제품이 개발되었고, 이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플라스틱은 비용이 저렴하다는 점과 성형이 쉽다는 장점으로 화장품 용기의 주요 소재로 사용되고 있으며 기초는 물론, 색조, 헤어, 바디 등 다양한 화장품 종류에 적용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간편한 방식의 펌프 용기를 선호하면서 휴대가 불편하고 사용이 힘든 유리보다 플라스틱 소재가 선호되면서 나타난 결과다.

이후 화장품 용기는 소재와 기능에서 보다 다양화되기 시작했으며 성분이 다양화되고 경기가 어려워짐에 따라 저렴한 가격임에도 내용물 보호에 탁월한 튜브 타입 용기가 선호되기 시작했다.

현재 용기 중에 가장 많은 생산 수량을 기록하고 있는 것도 튜브타입 용기다. 물론 그 종류도 다양화되어 제품 특성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넓어졌다.

일례로 신성P.I.E가 주력 제품으로 생산하는 신(新)라미네이트 튜브는 기존의 폴리호일 튜브에 비해 얇으면서 투습도가 높아 내용물을 안전하게 유지시키며, 튜브 제형도 16Ø, 19Ø도 가능한 제품으로 사랑 받고 있다.

플라스틱 소재, 용기의 혁명 일으켜
한편 과거에는 금형을 브랜드사에서 직접 제작해 관련 제조사에게 의뢰하는 방식이었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전문 제조사가 금형을 만들어 프리몰드로 제조하는 방식이 일반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정 기업의 경우는 금형비까지 포함해 지불하고 특정 기간까지 용기를 독점으로 공급받고 있는 실정이다. 화장품 용기 소재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소재는 플라스틱이다. 80년대에 등장한 플라스틱 용기는 PP•PE•PET•아크릴과 같은 세분화된 소재로 그 용도가 다양하고 저렴한 가격과 사용의 편리함으로 국내 화장품 용기시장의 변화를 주도한 소재다.

화장품 용기의 혁명이라고까지 불리는 플라스틱 용기는 현재 기초제품은 물론 색조, 자외선차단제, 비비크림 등 모든 화장품에 적용되고 있다.

특히 플라스틱은 80년대 인기를 모은 펌프식 용기에 적용이 가능한 소재로 각광 받았으며 원료의 다양화로 공기와의 접촉을 막기 적합한 에어리스 펌프가 개발되면서 플라스틱이 주요 소재로 주목받았다.

에어리스 펌프는 화장품 내용물이 외기와 접촉되면 제품의 변질이 우려되는 기능성 제품을 위해 개발된 것으로 90년대 전에는 해외 수입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삼화플라스틱이 국내 최초로 에어리스 진공 펌프를 개발하면서 국산화가 이루어졌으며 스프링 열처리, 금속볼의 업그레이드 등뛰어난 제품력으로 최근에는 오히려 해외에 수출되고 있다.

색조화장품의 경우도 가볍고 사용이 편리한 플라스틱이 립스틱은 물론 아이섀도, 마스카라, 아이라이너 등 모든 분야에 적용되기 시작했으며 펌프식 제품이 주류를 이루는 바디, 헤어 제품도 대부분이 플라스틱 소재 용기를 사용하고 있다.

국내 플라스틱 용기는 성형기술이 높이 평가되면서 해외 수출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으며, 삼화플라스틱과 연우를 비롯해 정민, 은진, 민진 등 다수의 전문 기업들이 큰 성과를 올리고 있다.

수출산업으로 당당히 한몫
화장품 용기산업은 화장품산업의 수요로 탄생했지만 오늘날 그 규모는 화장품산업 이상으로 발전해 왔다.

처음 화장품 용기가 발전하게 된 계기는 수입에 의존하던 용기를 직접 국내에서 생산함으로써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한 차원이었지만 현재는 오히려 세계시장에 수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오늘날 화장품 완제품은 수출보다 수입이 많은 역조 현상을 나타내고 있는 반면 용기의 경우는 오히려 수입보다 수출이 많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국내 화장품 용기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해 온 결과다. 화장품 용기산업은 현실적으로 통계를 내기 힘들어 명확한 수출 실적을 확인할 수 없지만 삼화플라스틱의 경우 금형만으로 일천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는 등 용기업체들의 수출 실적은 화장품 완제품 전체 수출을 훨씬 웃돌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내 용기의 장점은 해외 화장품 선진국들과 비슷한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것이다.

국내 자재업계에 따르면 이미 국내 화장품 용기 기술은 대만은 물론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이탈리아, 일본과도 어깨를 견줄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플라스틱 성형기술은 단연 주목되는 기술로 세계시장에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화장품 용기를 찾아 국내를 방문하는 해외 바이어들이 크게 늘고 있으며 해외 박람회에 참가하는 국내 기업들 부스에는 상담을 하기 위해 많은 바이어들이 찾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중국의 화장품 용기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국내 화장품 용기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용기 가격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국 기업들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시장 선점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

또한 국내 내수시장에서도 치열한 가격경쟁은 전체 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으며 용기 전문가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인력 빼가기가 성행하고 제품을 카피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용기 원료 가격이 40% 이상 상승했음에도 여전히 브랜드사에서는 용기 가격 인상에 인색해 용기 기업들의 경영난이 커지고 있으며 용기에 대한 품질관리 기준이 각 브랜드사마다 차이가 있어 평준화된 기준 마련이 시급하게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악재들에도 불구하고 국내 화장품 용기업계는 화장품산업의 근간으로 오늘도 특화 기술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또한 여전히 세계시장에서는 한국산 용기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높은 상태다. 용기의 품질력과 가격, 아이디어에서 큰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화장품 용기 전문기업들은 매년 크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며 기술력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치열한 경쟁이 산업 발전의 저해 요소가 되고 있지만 반면 자사만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특화 기술을 보유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화장품 용기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화장품 용기 역사는 이제 갓 50년을 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나라 화장품 용기 기술은 100년의 역사와 맞먹는 성장을 이루었다.

그리고 여전히 국내 화장품 산업 발전의 숨은 공로자이자 근간이 되는 화장품 용기 산업의 진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최지흥 기자 jh9610434@jangu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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