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가을호]삼화플라스틱 조휘철 회장
[2011.가을호]삼화플라스틱 조휘철 회장
  • 최지흥 기자 jh961043405@gmail.com
  • 승인 2011.11.0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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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을 파는 기업” 결심, 34년 지켜 정상에 우뚝

 
우리는 흔히 한 분야의 전문가를 장인(匠人)이라고 부른다. 또 이들이 지켜가는 전통과 사회적인 사명감을 장인정신이라고 한다.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는 장인들의 장인정신은 늘 사회적인 귀감이 되며 동종 업계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때문에 어느 사업 분야이든 1세대를 형성하는 장인들의 모습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것이다.

삼화플라스틱 조휘철 회장은 국내 화장품 자재산업의 금형 분야에서 한 획을 그은 화장품 자재 1세대 장인으로 통한다. 스스로 금형을 전공하지 않았다며 ‘장이’가 아닌 ‘쟁이’로 불리길 원하지만, 그가 걸어 온 족적은 그가 전통과 사명감을 지켜온 장인정신의 표상임을 증명하고 있다.

또한 그는 창업 초기에 브랜드를 도입하는 선견지명을 발휘했다. 이는 자재업체로는 국내에서 유일한 경우로 꼽히는데, ‘마젤(mazel)’이라는 그 브랜드는 국내시장에 안착했을 뿐 아니라 세계시장에서도 인지도를 쌓아 올려 회사 발전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뛰어난 장인인 동시에 탁월한 마케터라고 함직하다.

본지는 30여년간 국내 화장품 자재산업을 지켜 온 조 회장에게 우리 자재업계의 오늘과 내일을 물었다. <편집자 주>

Q. 화장품 자재업계의 1세대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금형 전공자가 아니라고 한다.

금형 기술자가 아니다. 제약사의 총무부에서 근무하다 용기 공급 업체가 납기일을 못 맞추자 금형 공장을 직접 방문하게 되었고, 기술을 파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1977년 무작정 금형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에는 금형 분야의 인건비가 높았고 기술력도 없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제품 주문이 없어 쉬는 날도 많았다. 그래서 기술력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이후 기술 개발에 노력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Q. 자재업계에서 화장품업계의 ‘숨은 공로자’라고 이야기한다.

국내 화장품 자재업계는 화장품산업의 성장과 함께해 왔다. 화장품 기술이 발전하면서 화장품 자재 기술 역시 발전해 왔으며 그동안 수입에 의존해 오던 용기 등 자재는 수입 대체 효과를 위해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했고, 이는 화장품기업들의 원가절감 등의 효과로 이어졌다. 오늘날에는 오히려 해외에 수출되면서 수출 역군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일례로 삼화플라스틱은 금형만으로 1000만달러 수출을 달성하는 성과를 이뤄내기도 했다.

업계 특성상 중소기업이 많아 정확한 수출 통계가 나오지는 않지만 화장품 완제품 전체 수출못지않게 자재 수출 실적도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확고한 기술력이 밑바탕된다면 앞으로 더욱 큰 성장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Q. 자재업계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자재업계의 경쟁력은 기술력이다. 최근 중국의 자재산업이 급성장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세계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선전하고 있는 것은 확고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경쟁이 점차 과열되고 있기 때문에 특화된 기술력 보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기술 발전이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특화된 기술력 개발 외에도 생산성 향상과 품질력 증대를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특히 용기 역시 화장품과 마찬가지로 다품종 소량생산이 시대적인 흐름이기 때문에 불량률을 줄이고 생산설비를 자동화해 생산량을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Q. 경쟁이 치열하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는가?

자재업계의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시장 특성상 기술력을 독점할 수 없고 복제제품이라는 것을 증명하기도 힘들어 복제제품이 난립하고 인력 빼가기가 성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영세 기업들이 많다보니 기술력을 키우고 인재를 육성하기보다는 타사의 기술력과 인재를 빼가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때문에 아무리 특화된 기술력을 보유하더라도 오래가지 못하고 빠르게 치고 빠지는 일시적인 기술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대기업들이 금형사업을 다시 재개하면서 금형 전문가들의 이직도 많아져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원료 가격 상승도 문제다. 최근 용기 원료 가격이 40% 정도 상승했다. 유가 인상에 따라 용기 원료도 크게 상승한 것이다. 하지만 용기 납품 가격은 소폭 인상되거나 내년으로 넘겨지는 등 여전히 답보 상태다.

 
Q. 그처럼 어려움이 많다면, 그에 대한 대안은 무엇인가?

먼저 자재업계 스스로의 정화 노력이 필요하다. 인력을 빼가기보다는 스스로 인재를 육성하고 기술 개발에 노력해야 한다. 또한 자재업계의 모임을 활성화해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금형조합을 활용한 인력 양성 지원이 있어야 한다. 모방 자체가 힘든 기술의 개발과 특허 등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조치도 요구된다.

이와 함께 최근 용기 원료 가격 상승으로 용기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감안해 용기 납품 가격 인상 문제 해결 등 자재기업과 고객사들 간의 진정한 파트너십 관계 구축으로 서로가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업계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또한 용기업체들 스스로도 위기 극복을 위한 생산성 향상이 요구된다. 일례로 우리 회사는 1998년 IMF 금융위기 당시 그동안 4개씩 생산되던 샘플용기 생산을 한번에 24개씩 생산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캡 조립도 간편하게 바꾸어 펌프를 직접 달아 생산해 냈다. 당시 생산되던 샘플용기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업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큰 매출 성과를 가져 왔을뿐 아니라 거래선의 원가절감 효과까지 만들어 냈다.  

Q. 삼화플라스틱이 그동안 이룬 기술적 성과는?

장인정신을 기반으로 한길만을 꾸준히 걸어온 결과, 오늘날 우리 회사는 삼화플라스틱을 필두로 삼화피앤티, 남륜하이테크를 경영하며 전체 직원 수 350여명을 이끌어나가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기술력에서도 삼화플라스틱은 업계에 큰 족적을 남겼다. 1993년 국내 최초로 ‘에어리스펌프 용기’를 개발해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에어리스 용기의 수입 대체 효과를 가져왔다. 2008년에는 타정한 고정분을 필요한 만큼 적당량을 분쇄하여 사용하는 파우더용기인 ‘그라인딩 파우더용기’를 개발해 한국포장기술사 신기술부문 수상과 미국특허를 획득했다. 또한 2010년에는 농축겔 세탁제 용기로 2재질 계량컵을 개발해 지식경제부 장관상을 수상했으며 상용화에 성공해 세제뿐 아니라 제약, 식품 분야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2004년 무역의 날 삼백만불 수출의탑 수상과 산업자원부 표창에 이어 2006년 천만불 수출의탑 수상 및 국무총리 표창, 2008년 플라스틱금형 수출의탑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특히 삼화플라스틱은 1999년 국내 자재업체로는 최초로 ISO9001, 14001 인증을 획득했다.

 
Q. 삼화플라스틱이 갖고 있는 경쟁력은 무엇인가?

우리는 기술을 파는 회사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패키징이 완벽하지 않으면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다. 내용물의 오염, 변질을 방지하고 소비자가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용기에서 패키지까지 전 과정을 장인정신에 입각해 개발, 생산하고 있다. 또한 삼화플라스틱은 금형 설계 제작은 물론 사출성형, 코팅, 증착, 인쇄, 스탬핑 등 모든 공정을 구현할 수 있는 원 라인 시스템을 구축해 수주에서 납품까지 빠르고 정확하게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참고로 삼화플라스틱은 현재 서울 독산동에 금형설계,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삼화피앤티 금형사업부를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경기도 의왕에 사출, 인쇄, 조립을 담당하는 공장을 설립했다. 또한 경기도 군포 당정동에 코팅 전문업체인 남륜하이테크를 계열사로 운영하고 있다.

 
Q. 자재업체로는 특이하게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자재업계에 브랜드를 쓰는 곳은 삼화플라스틱이 유일할 것이다. 사업 초기 브랜드의 필요성을 느껴 1994년 프랑스어로 ‘행운’이란 뜻을 갖는 ‘마젤(mazel)’이란 브랜드를 만들고 상표등록을 했다. 이미 마젤은 당사의 이미지로 인식되며 세계시장에서도 당사의 대표 제품으로 인지되고 있다. 앞으로 마젤은 당사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브랜드 인지도 향상은 물론 매출 증대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Q. 창립 초기부터 지켜온 경영철학이 있다고 알고 있다.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고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고객만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는 기업을 추구한다’는 생각으로 창업을 결심하고 기업을 이끌어오면서 고수해 오고 있다.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시대의 성공 척도는 부와 명성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이 국가의 경제 발전에 도움을 주고 고객이 믿고 만족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 기업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해야 하며 개인은 새로운 시각으로 미래의 가능성을 보고 노력해야 한다.  평범하지만 기본을 지키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고 생각한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앞으로 화장품을 넘어 생활용품, 식품, 제약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해 토털 패키징 업체로 도약할 방침이다. 삼화플라스틱의 기술이 현재 국내외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지만 여기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 시대에 발맞추어 트렌드를 리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 일류 기업으로의 성장을 도모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해 12월 고용승계를 맞치고 연구개발 분야에 매진할 뜻을 밝힌 바 있다. 앞으로 경기도 의왕 공장에 기업부설 연구소를 확대해 특화된 제품 개발에 노력하고 40여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후진들에게 전수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최지흥 기자 jh9610434@jangu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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