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여름호]42년 자재산업 외길 이재신 부국T&C 대표이사
[2011. 여름호]42년 자재산업 외길 이재신 부국T&C 대표이사
  • 김승수 sngskim@jangup.com
  • 승인 2011.06.23 10: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진형 종합포장용기회사 지향

 

용기에 담기지 않은 화장품은 생각하기 어렵다. 상품으로 판매되는 화장품은 모두 용기에 담겨 있다. 하지만 용기가 단지 화장품을 담는 기능만 하는 것은 아니다. 용기는 화장품을 보호 보전하며, 사용에 알맞게 덜어 낼 수 있게도 한다.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소비자의 심미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며, 브랜드의 퍼스낼리티를 확립시켜 준다. 이렇듯 용기는 화장품의 가치를 높여 주며 불가분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그렇다면 내용물과 그것이 담기는 용기, 혹은 용기와 그것에 담기는 내용물이라는 식으로 나눠 볼 것이 아니다. ‘용기도 화장품’이라고 하는 것이 실상을 정확히 표현하는 것이라 하겠다. 유수의 브랜드사들이 용기를 포함한 원자재업체들과 공고한 협력체제를 갖추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자재산업을 돌아보는 것이 화장품산업을 돌아보는 것과 다르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화장품자재뉴스는 이와 같은 시각에서 국내 자재산업의 발전 과정과 현황을 드러내 보여 줄 만한 인물들을 인터뷰해 나가고자 한다. 자재산업의 발전 과정을 논할 인물이라기보다는 그의 경영 일생이 국내 자재산업이 발전해 온 길과 맥을 같이하거나, 현세를 대변할 수 있는 인물들을. 그 첫 번째는 부국T&C의 이재신 대표이사이다. <편집자 주>

국내 화장품자재산업계의 1세대에 속한다. 어떻게 용기를 생산하는 자재산업을 시작했는가?

 - 대학교를 졸업하고 선경의 기획 파트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지인이 튜브 생산 사업을 같이하자고 제의해 왔다. 그때가 1969년이다. 부국금속을 설립해 사업을 시작했다.

40여 전 일이다. 그럼 그때부터 화장품 용기를 계속해 온 것인가?

 - 처음 생산한 튜브는 납에 주석을 얇게 입힌 것으로, 주로 연고와 그림물감용으로 사용됐다. 그런데 이 튜브는 납 중독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알루미늄튜브를 개발했다. 그때가 1973년쯤이었다. 유럽에서는 이미 사용되고 있었다. 당시 국내 화장품산업은 오늘날에 비하면 미미했다. 반면 제약산업은 상대적으로 더 발전해 있었는데, 생산 물량의 약 80%는 제약업체로 나갔다. 제약업체에서 품질력을 인정받아 인기가 아주 좋았다. 그뒤 아폴로눈병이 유행하면서 안연고 수요가 급증했는데, 그게 성장 기회가 됐다. 당초 화장품 용기는 대부분 유리였는데, 점차 알루미늄튜브로 대체돼 갔다. 그러다 1980년대 중반 들어 알루미늄캔을 접하게 됐는데, 일진화장품에서 무스용으로 알루미늄캔을 요청해 왔다. 온갖 고생 끝에 알루미늄캔을 개발해 완전 수동으로 겨우 2000개 정도를 생산할 수 있었다. 마침 무스의 인기가 폭발하면서 알루미늄캔 수요가 급증했다. 그래서 스위스와 독일에 가서 중고 기계를 구입해 왔다. 월 100만개 이상을 생산했다. 회사가 다시 한번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에 걸쳐 샤벳트가 유행하면서 수요가 증가했다. 그러면서 화장품업체에 판매하는 용기가 전체 생산량의 80%에 달하게 됐다. 곧 3세대 생산설비를 도입할 예정이다.

PE튜브는 언제부터 생산했는가?

- 1990년대 들어 PE튜브가 사용됐다. 당시 몇 군데서 생산하고 있었는데 물량이 달렸다. 그래서 경훈산업을 설립해 PE튜브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1990년의 일이다. 그 뒤로 새로운 기계를 들여와 계속 자동화해 왔다.

펌프와 진공용기를 생산하는 펌텍코리아는 언제 설립됐는가?

- 2001년도이다. 당시 펌프나 진공용기는 기능성이 강조된 제품이다. 그런데 품질이 낮아서 메이커의 불만이 많았다. 그래서 펌텍코리아를 세우고 개발에 착수했다. 꼬박 2년 반 동안 개발에 매달렸다. 개발을 마치고도 품질을 자신할 때까지 제품을 내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관련 특허도 획득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제품을 개발하고 품질에 만전을 기한 결과 거의 클레임이 없다. 국산 펌프와 진공용기의 품질을 세계적 수준으로 높였다고 생각하며 자부심을 느낀다.

납에 주석을 입힌 튜브로 시작해 알루미늄튜브, 알루미늄캔, PE튜브, 그리고 펌프와 진공용기로 영역을 넓혀 왔다. 거의 모든 종류의 용기를 생산한다고 보아도 되겠는가?

- 그렇다. 펌프와 진공용기에 이어 2005년도에는 라미네이트, PBL용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라미네이트는 치약용으로 많이 사용됐는데, 품질을 개량하자 화장품용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라미네이트, PBL, ABL은 전망이 밝다. 브로우도 생산하고 있다. 초자를 제외한 모든 종류의 화장품 용기를 생산하고 있다. 거래 메이커 입장에서도 이처럼 제품이 다양한 것은 바람직할 것 같다. 그럴 것이다. 용기 선택의 폭이 넓다는 면에서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동안 국내 화장품산업은 장족의 발전을 했으며, 당연히 자재산업도 크게 성장했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 돌아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품질 면에서나 생산 규모에서나 40여년 전과 오늘날 사이에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차이가 있다.
1969년 부국금속을 세워 튜브를 생산하기 시작할 무렵에는 외자계가 많이 진출해 있었던 덕에 제약산업이 화장품산업보다 많이 앞서 있었다. 당시 제약업체에 연고용으로 판매한 튜브가 약 350만 내지 400만개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걸 다 수동으로 생산했다.
그후 화장품산업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화장품업체에 판매하는 용기가 크게 증가했다. IMF금융위기 때에도 화장품산업은 타격을 입지 않았다. 그때에는 염모제용 용기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수요가 많았다.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생활환경이 좋아질수록 화장품산업은 더욱 발전할 것이다. 게다가 남성들도 외모에 관심을 기울이는 추세인데다 화장을 시작하는 나이도 낮아지고 있다. 화장품산업 발전에 희망적인 요인들이다. 화장품산업과 원료산업, 자재산업은 같이 발전할 수밖에 없다. 화장품산업의 발전이 자재산업의 발전을 촉진하고, 자재산업의 발전이 화장품산업의 발전을 뒷받침한다고 생각한다.

40여년 자재산업 외길을 걸어오면서 특히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는가?

- 본래 전공이 경영학이어서 현장에서 직접 기술을 공부하면서 용기사업을 했다. 거기에 관리와 영업까지 모두 혼자 해야 하니 쉽지 않은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래도 특히 알루미늄 용기를 개발할 때가 어려웠다. 납에 주석을 입힌 용기가 납 중독 우려가 있어서 유럽에서 상용화돼 있던 알루미늄 용기로 눈을 돌렸다는 것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다. 그런데 문제는 원료 즉, 알루미늄을 구매할 곳이 없다는 것이었다. 자급자족할 수밖에 없었다. 직접 도가니를 이용해 알루미늄을 생산했다. 그러다 아예 알루미늄을 생산하는 업체를 별도로 설립했다. 그후 그 기업은 직원에게 넘겨 독립시켰다. 그렇게 해서 알루미늄튜브와 캔을 개발하는 데 2년여 걸렸다. 알루미늄캔이 내부 압력을 견디지 못해 밑바닥이 튀어나오는 불량이 발생해 클레임을 당한 적도 있었다.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알루미늄캔을 개발할 때를 떠올리면 일진화장품 유동진 회장에 대한 고마움을 잊을 수 없다.

유동진 회장이 알루미늄캔 개발에 도움을 주었는가?

- 개발에 직접적인 도움을 준 것은 아니지만, 정말 힘이 되어 줬다. 일진화장품에서 알루미늄캔을 요청해 와서 공급했는데, 품질이 떨어져서 문제가 됐다. 그런데도 우리 제품을 계속 사용했다. 그래서 인사를 갔는데, 유동진 회장은 그럴수록 더 열심히 해서 국내 산업을 발전시켜 달라고 했다. 화장품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자재산업도 발전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런 격려를 듣고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알루미늄캔이 회사 발전에 큰 도움이 됐다.

 PE튜브 개발 과정에도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들었다.

새로운 용기를 개발하는 게 쉬울 수 없다. 모두 다 어려웠지만 알루미늄 용기 개발시 겪은 어려움이 가장 컸고, PE튜브는 상대적으로 쉬웠다. 선발 기업이 있었는데, 나는 PE튜브를 생산하는 기계를 국산화해 그것을 사용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그러고는 공구와 기계를 다루는 작은 기업에 의뢰해 의욕적으로 추진해 성공을 거뒀다. 후일 그 기업도 직접 PE튜브 생산에 뛰어들었는데, 기존 PE튜브업체로서는 마뜩하지 않은 일이겠지만 PE튜브 수급이 원활해진 것은 사실이다.  

해외서도 국내 용기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제품과의 경쟁력 등 수출 상황은 어떤가?

- 그렇다. 외국에서도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으며, 수출도 많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도 자주 회사를 찾아온다. 펌텍코리아의 경우 진공용기와 펌프 수출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중국은 인건비가 싸서 알루미늄 용기처럼 기술 수준이 낮아도 생산할 수 있는 제품에서는 경쟁우위를 갖고 있다. 하지만 품질은 우리가 훨씬 앞서 있다. 중국 제품의 품질이 국산을 따라오게 되면 중국도 원가가 올라 경쟁력을 잃을 것이다. 국산 용기가 해외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해도 해외 수출이 마냥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긴장해야 한다.

해외 직접투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 구미는 경영 여건이 직접투자하기에 좋지 않다는 것은 다 아는 일이다. 그러면 결국 동남아를 생각할 수 있는데, 태국이나 인도네시아는 의외로 기술 수준이 높다. 이 두 국가를 제외한 동남아와 중국이 직접투자를 할 만한 국가라고 본다. 하지만 용기업체 단독 진출은 무리가 있고, 메이커와 동반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현재 동반 진출의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듣고 있다. 

화장품 자재산업을 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 최근 들어 나아졌지만 해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길이 없어 갑갑했다. 초기에는 용기업체에서 신제품을 개발해 메이커에 제안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요즘에는 메이커에서 어떤 용기를 생산해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해외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없어서 답답하다. 제조기술자가 부족한 것도 큰 일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숙련된 기술자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기술자들의 연령층이 높아지고 있다. 제조기술자를 양성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시설 선진화를 위한 투자비가 너무 큰 것도 문제점이다. 현재의 경영환경이 자동화설비를 갖춰 작업환경을 선진화할 수밖에 없고, 또 외국에서는 거의 해마다 새로운 기계가 나오고 있다. 이를 따라가기 위한 투자가 여간 큰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니다.

원료비 상승과 인플레이션이 용기 공급단가에 반영되지 못하는 것도 어려움이다. 해마다 물가 상승분만큼은 용기 가격이 올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또 국제 원유가 급등으로 용기 생산에 소요되는 원료와 자재 비용이 상당히 올랐지만 이 역시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용기업체에서 흡수할 수 없는 이와 같은 단가 상승 요인이 있음을 상호 납득하여 그때그때 반영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요즘 동반성장이 사회적 화두가 되어 있지만, 그 이전에 수평적인 생각 위에서 우러나는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용기는 화장품의 내용물을 보호하고, 그 특성을 나타내는 기능을 한다. 따라서 용기는 화장품에 대해 부속적인 것이 아니라 곧 화장품이라고 생각한다. 메이커와 용기업체, 원료업체가 수평적으로 어울려야 한다고 본다.

국내 자재산업 1세대로 그 발전 과정을 선도해 왔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이제 국내 자재산업이 상당한 국제 경쟁력을 확보했는데, 앞으로의 비전은?

- ‘신뢰 받는 기업’이 경영목표이자 비전이다. 무엇보다 먼저 품질이 중요하다. 좋은 화장품은 좋은 용기가 있어야 가능하다. 품질이 우수하면 조금 비싸도 국내외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

창의성을 바탕으로 신제품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화장품의 제형이 바뀌면 그에 알맞은 용기도 개발돼야 한다. 대략 5년 정도를 주기로 새로운 용기, 더 진보한 용기가 개발되는 것 같다. 이에 대응해야만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인화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올해 초 화목과 대화를 통한 임직원 간의 소통, 생산성 향상을 통한 원가의 절감, 엄격한 품질관리를 통한 불량품 근절, 최고·최상의 서비스를 통한 고객만족 실현,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통한 미래 설계를 경영 목표로 천명했다.

‘신뢰 받는 기업’이라는 비전은 다소 철학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구체적인 목표로 제시해 줄 수는 없을까?

- ‘종합포장용기회사’다. 유럽에서 볼 수 있는 예인데, 여러 용기업체를 직접 거느리고 생산을 하거나 세계적으로 우수한 업체를 찾아 필요한 용기를 발주 및 관리함으로써 메이커의 모든 용기 수요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다. 선진화된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부국T&C와 펌텍코리아에 브로우와 사출을 보완하면 그런 종합포장용기회사(Total Package Company)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김승수 기자 sngskim@jangup.com
윤강희 기자 jangup@jangup.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