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부문별 결산-시판유통] 明-暗 교차한 한 해
[2008 부문별 결산-시판유통] 明-暗 교차한 한 해
  • 김유진 jini@jangup.com
  • 승인 2009.01.0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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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년(戊子年) 올 한 해는 화장품 시판시장에 희망의 빛과 절망의 그림자를 동시에 안겨준 격동의 한 해로 기억될 만하다.

시판 시장의 근간인 화장품전문점은 (사)화장품전문점협회를 중심으로 진행된 전용브랜드 육성사업, 경영개선교육 등 제2의 도약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시도됐고 부동의 1위 업체인 아모레퍼시픽에서 지난 9월 전격 선보인 아리따움은 출범 석 달 만에 1천개에 육박하는 가맹점을 확보하며 시판시장의 바람을 일으켰다. 

그동안 시판 채널의 외형적 성장을 주도했던 더페이스샵, 미샤 등 단일브랜드숍은 시장포화로 인한 정체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신제품을 중심으로 한 매스티지 전략이 성공하면서 한 단계 약진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이로 인해 올해 시판 시장은 지난해보다 10% 성장한 1조6천5백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기존 제형과는 차별화된 특화제품 출시가 확대되고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구매층의 확대로 나타나면서, 전반적인 상승세를 이끌었다. 

하지만 하반기에 몰아닥친 미국발 금융위기는 국내 화장품산업은 물론 시판경기를 급속도록 얼어붙게 만드는 후폭풍을 일으키게 했다.

3분기까지 승승장구하던 시판 매출이 4분기들어 급격히 떨어지면서 업체들의 하반기 목표매출을 하향조정시키는 결과를 만들게 된 것이다.

특히 시판수입사는 환율급등에 따른 원가부담이라는 이중고까지 겪었고 일부 업체는 예정된 수입물량을 보류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결국 외부적인 환경변화로 생존을 위한 체질개선이라는 급처방을 받은 셈이다.

중견 시판업체의 시장환경도 크게 좋지는 않았다. 아리따움의 등장으로 중소업체 시판브랜드의 판로가 막히게 됐기 때문이다.  기존 휴플레이스의 입점율이 높았던 업체들은 평균 20~30%의 매출하락을 보이며 향후 전개될 시장 판도변화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점 살아남기 시도



해마다 수적 감소로 시판의 맏형자리를 내놓았던 화장품전문점이 올해는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6~7천개로 추정되는 전문점은 타 채널과의 무한 경쟁 속에서 독자적인 경쟁력 확보에 나선 것이다.

가장 눈에 띠는 움직임은 화장품소매유통단체인 (사)화장품전문점협회에서 전략적으로 추진 중인 전문점 활성화 프로젝트.

전문점협회는 올해 초 전문점 비전선포식을 통해 전용브랜드 육성과 경영개선교육, 조직확대 등 전문점 부활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시판활성화의 불을 당기기에 충분한 자극제 역할을 했다.  

이 결과 한국화장품, 엔프라니 등과 협력관계를 체결했고 전용브랜드 '비앙'을 출시하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의욕적으로 펼쳐보인 전용브랜드 사업은 협회와 협력업체간의 커뮤니케이션 부족으로 시장에서 폭넓게 확대되지 못하는 절반의 성공에 만족해야 했다.

협회는 전용브랜드 사업의 미비점을 보완해 내년부터 적극 육성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협회와 제조사가 공동투자하는 별도의 판매법인 설립도 모색하고 있다.

또한 협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전개한 선진 매장경영, 고객관리 기법 등의 경영개선사업은 전문점 매출향상에도 일조하며 향후 전문점의 역량결집이라는 측면에서 전문점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올해 전문점 경기는 지난해 이어 BB크림을 앞세운 메이크업 제품의 선전과 브랜드의 고급화 전략에 힘입어 상반기에 적잖은 상승세를 탔다. 특히 2~3월 졸업 입학시즌과 4~5월 봄시즌에는 메이커들의 대규모 신제품 출시가 이어지면서 전년보다 높은 매출신장을 보였다.

몇 년간 시장을 짓눌렀던 소비경기 위축이 호전되면서 고객들의 닫혔던 지갑이 조금씩 풀리면서 나타났다. 여기에는 전문점의 고객 유인을 위한 적극적인 프로모션 전개와  시판업체들의 시판강화 영업정책도 한 몫을 했다. 

하지만 6~7월 하반기 들어 뚜렷한 매출감소세가 나타났고 이후 좀처럼 만회의 기회를 잡지 못한 채 9~10월 가을시즌까지 이어졌고 급기야 찾아온 글로벌 금융위기는 그나마 명맥을 유지했던 전문점의 숨통을 더욱 옥죄었다.

이 과정에서 전문점들은 △무료 마사지 △핸드폰 문자메시지 △고급 판촉물 등 다양한 프로모션 행사를 실시하거나 매입물량과 재고를 대폭 줄이는 등 떨어진 고객수와 매출을 만회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매장별 취급 브랜드수도 몇 개의 고마진 브랜드와 범용브랜드만을 취급, 객단가 중심의 판매정책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기본체력이 워낙 떨어진 내수경기로  인해 시판 전문점 하락세를 되돌릴 수 없었다.

이같은 현상은 유동인구가 많은 중심상권이나 고정고객 비중이 높은 소규모 동네상권 등 어디를 예외하지 않고 폭넓게 진행됐고 덩달아 각 메이커의 시판실적도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대체로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각 메이커들은 하반기들어 연초에 세웠던 매출목표치를 다시 조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시판변혁의 핵, 아리따움



아모레퍼시픽이 선보인 아리따움은 올해 시판유통가의 최대의 이슈 중 하나였다. 백화점수준의 인테리어와 순도높은 고객관리, 그리고 아이오페, 라네즈, 마몽드, 한율 등 시판 전략브랜드를 앞세워 주요 중심상권을 차례로 점령하며 시판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단기간에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배경은 특화된 상품군, 뛰어난 입지조건, 선진화된 매장운영 등 기존 전문점과의 차별성이 부각됐기 때문으로 업계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여기에 LG생활건강의 뷰티플렉스도 올해 8백20호점을 돌파하면서 멀티브랜드숍이 기존 전문점시장을 일정부분 대체하며 막강유통채널로서 면모를 과시했다.

아리따움과 뷰티플렉스는 앞으로 이들 유통망을 기반으로 시장지배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영업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돼, 멀티브랜드숍의 지배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더페이스샵을 위시로 한 단일브랜드숍은 지난해 이어 성장가속도를 밟았다.

더페이스샵은 올해 2천3백80여억원에 달하는 실적을 거두며 부동의 1위를 지켰고 미샤, 스킨푸드, 에뛰드하우스 역시 매출 1천억원을 상회하거나 이에 근접하는 사상최고의 실적을 올리며 거침없는 성장세를 이어갔다.

단일브랜드숍의 고성장의 원인은 공격적인 점포확장과 고가의 가격정책을 꼽을 수 있다.

당초 경쟁심화로 인한 시장정체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들 브랜드의 매스티지전략이 시장에서 적중했고 이결과 가맹점의 점포당 매출이 확대되면서 매출신장을 이끄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지하철, 면세점 등 신규 상권의 진출도 단일브랜드숍의 입지를 더욱 강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마트, 화장품카테고리 강화



마트도 신규매장의 둔화로 성장감소가 예상됐지만 점포내 화장품존의 강화로 오히려 10%에 육박하는 신장률을 기록했다.

마트경로의 시장규모는 지난해 5천9백억원에서 올해에는 6천6백억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화장품 비중을 높이려는 마트와 직접 진출을 모색하려는 화장품 업체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점포별 화장품단독숍 진출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전개됐다.

마트시장의 변화는 메이커의 올들어 잇따라 추진중인 신유통 강화전략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한때 시판 전문점 유통과의 갈등으로 표면적인 영업을 주저하던 메이커들이 신유통사업부 강화와 마트 공급물량 확대하면서 마트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시판에서 약화된 매출을 마트시장에서 만회하고 본사 직접 관리를 통한 판매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내세우고 있다. 

매출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마트시장의 성장성을 중시하여 지속적인 영업강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과거 4:6이던 직거래와 위탁거래 비중이 6:4로 역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부 업체에선 마트내 직영숍을 개설하는 등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의 화장품입점 확대는 결과적으로 화장품 매출증가로 이어졌고 중소 마트에까지 확대됐다.

마트 유통이 일정한 제품가격을 지키면서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고 있는데다 전문점 대안 채널로 접근성을 강화하고 있는 업체들의 매출 비중 높이기가 여기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업체별 경쟁은 보다 심화되리란 분석이다.

취급 제품 차별성 퇴색, 마트 시장 내 마켓쉐어 확대와 판매 인프라 구축, 이미지 제고를 위한 업체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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