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C&T 기업 ‘국경없는 전쟁’
세계 C&T 기업 ‘국경없는 전쟁’
  • 장업신문 jangup@jangup.com
  • 승인 2008.01.15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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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시장 포화상태 … 해외시장 개척 통한 ‘쉐어 경쟁’ 나서
세계의 화장품 토일레트리(C&T) 기업의 시장점유율(쉐어) 경쟁은 선진국 시장이나 신흥국(개발도상국) 시장을 불문하고 국경없는 전쟁(borderless war)의 치열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선진국 시장의 포화상태(성숙화)가 진행돼 그 반작용으로 선진국 기업들은 성장의 숨통을 해외시장에서 뚫으려고 안간힘을 쓰기 때문이다.

일본화장품 토일레트리 시장은 선진국 시장중에서도 세계제일의 장수국, 급속한 고령화 사회를 배경으로 수요기반인 인구 증가율에 제동이 걸린 상태이다. 그만큼 국내외 시장경쟁은 치열해졌다.

일본의 C&T시장 규모는 미국 다음인 세계 제2위이다. 일본의 명목상의 GDP(국내총생산 : GNP에서 해외순소득을 뺀 차액) 규모는 미국의 40% 미만이지만 화장품 시장규모는 미국의 80%, 토일레트리(일용품) 시장 규모는 60% 수준으로 미국과의 GDP 격차만큼은 크지않다.

그러나 일본의 C&T시장 특성은 두 가지점에서 눈길을 끈다. 첫째는 일본 기업의 해외전개가 느리며 국내 시장 지향적이라는 것. 해외시장 매출 비중이 20%를 넘는 일본 기업은 가오, 시세이도, 유니참, 맨담 등 불과 4개사에 그친다. 두번째는 일본내 시장에서 구미기업들과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진다는 점이다.

특히 국내외 C&T기업간의 치열한 국제 경쟁은 주요 제품 영역인 샴푸, 트리트먼트 등 헤어케어 제품 분야와 주요 일용품 제품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구미의 대형메이커 제품이 일본 메이커 제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판매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상징적이다. 샴푸와 린스 그리고 트리트먼트 등 헤어케어 3제품 시장에서는 일본의 가오, 시세이도, 라이온, 구 가네보HP의 크라세 HP 등 일본내 4개사와 유니레버, P&G 등 구미계 2개사가 불꽃튀는 경쟁을 전개중이다.

헤어케어 3제품의 매출합계로 비교해보면 2006년 상반기중에서 시세이도가 츠바키(TSUBAKI)를 발매해 반격을 가하면서 가오, 유니레버, P&G 등 상위 3사를 추월해 쉐어 19.3%로서 톱자리에 부상했다. 2위는 가오가 근소한 차인 19.2%로 차지했고 3위는 18.3%인 유니레버, 4위가 16.3%인 P&G였다.

다시 06년도 하반기에는 ‘츠바키’의 호조 유지로 시세이도의 쉐어가 20.6%까지 상승했고 가오 19.9%, 유니레버 19.2%를 보여 각각 상승무드였다.

07년도 상반기에는 가오가 4월에 새로운 고급브랜드 ‘세그레타’를 출시, 이것이 보탬이 되어 쉐어가 21.8%로 올라서 톱자리를 되찾았다. 시세이도는 19.3%, 유니레버 18.6%로 밀렸고 P&G는 14.5%로 저공비행을 계속했다. 그러나 유니레버가 6월에 ‘락스’ 브랜드에서 고가격대 신제품 ‘칼라샤인’을 투입, P&G 측도 9월에 구미중심으로 매출 1천2백억엔 이상을 올린 세계적인 메가브랜드 ‘r&s’를 선보였다.

그러나 시세이도는 9월 하순에 고기능 데미지케어 브랜드 ‘TSUBAKI 골든리페어’를 투입, 이번에도 50억엔의 거액 광고비를 들여서 두자릿수의 쉐어 획득에 나섰다. 이처럼 대형 신제품의 계속된 출시로 07년도 하반기의 쉐어 경쟁이 요동쳤다.

전체 매출 규모의 ‘파이’ 자체가 확대되는 시장이라면 쉐어 저하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지만 파이 확대가 매우 저조한 불황상태에서의 쉐어 감소는 치명적이다. 이런 헤어케어 3제품의 07년도 상반기 시장규모는 전년도 동기대비로 3.4% 신장세를 보였는데 쉐어 하락을 면치 못한 P&G는 약 8%의 감수를 나타냈다. 이런 사실을 지켜보면 국내 시장에 의존해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쉐어 확대가 절대적 조건임을 명백히 보여준다.

일본 C&T기업이 국내 시장에서 비록 경쟁에 이겨도 그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쉐어 확대는 스스로 한계점이 있고 시장성장도 벽에 부딪치기 마련이다.

인수합병(M&A)과 매수에 의한 쉐어확대 효과도 일시적인것에 불과하다. 이것은 구미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선진국 기업들도 성장기업으로 자리매김하자면 해외공략을 피할 수 없다. 구미기업의 해외전략 첫발은 과거에 대형시장이 존재하는 선진국 시장이었지만 현재는 제2 스텝으로서의 신흥국 시장에 집착하는 현상이다.

그리고 신흥국 시장 가운데 가장 장래성이 유망한 지역이 바로 아시아 시장이다. 아시아는 일본 기업이 텃세를 부릴 수 있는 지역이다. 그런 일본 기업들이 아시아에 주력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요즘의 구미기업 공세도 치열하다. 따라서 구미기업과의 경쟁력 유무가 일본 C&T기업 평가에서 주목되고 있다.

매출 규모면에서의 일본측 열세는 확연하다. 최근의 결산기를 예로 들어도 일본 최대의 C&T기업인 가오의 매출이 1조 2천3백18억엔, 구미기업인 P&G는 8조 9천7백92억엔, 유니레버 6조 5천4백9억엔, 로레알 2조 6천53억엔, 킴벌리클라크 1조 9천5백93억엔, 콜게이트 팔모리브 1조 4천3백18억엔 등이다. 가오는 이들 다음으로 세계 7위이지만 상위급 기업들과의 격차는 비교도 안될 만큼 막대하다.

화장품업계의 일본 톱인 시세이도조차도 그 매출 규모가 불과 6천9백45억엔, 로레알의 2조 6천53억엔, 에이본 프로덕츠의 1조 2백53억엔, 바이어스도르프의 8천4백48억엔, 에스티로더의 8천2백33억엔보다 뒤떨어진다. 가오와 시세이도에 미달되는 매출 규모인 C&T기업은 구미지역에는 무수히 많아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성쇠를 좌우한 요소는 바로 제품력이다. 일본기업의 모범사례는 도요타자동차, 닌텐도, 다케다약품공업 등이 손꼽힌다.

그런데 구미의 화장품시장은 프래그런스와 메이크업 제품이 중심이다. 최근에 와서 스킨케어 제품이 각광을 받고 구미기업들도 유기소재의 오가닉 스킨케어 등에 주력하지만 이것은 스킨케어 주력의 일본시장과는 체질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일본 화장품 대기업들이 구미시장에 진출해서 고전한 까닭이 바로 이와같은 시장 구조의 차이 때문이다.

신흥국 개발도상국 시장에서는 국가 내부사정까지 포함해서 국가별 차이가 다양하며 인구기반이 크고 장래성이 있는 아시아 시장에서도 중국 시장과 인도네시아 시장을 비교하면 문화·종교차이 등이 확연히 다르다. 그리고 이들의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고 제품을 공급하는 원점이 바로 상품의 제품력이며 경쟁력이다.

각국 시장 특유의 니즈를 파악하고 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투입하자면 먼저 치밀한 시장조사가 필요하며 제품 개발력 없이는 성립될 수 없다. 소비자 수요에 대응하는 코스트 퍼포먼스의 높은 제품은 소비자 수요를 발굴해 시장경쟁의 승리를 초래한다. 그러나 아무리 우수한 제품도 그것을 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 따라서 중요한 것이 마케팅 활동이다. 연구개발력과 마케팅력을 수치상으로 평가하자면 연구개발비, 마케팅비를 보게 된다.

매출에서 매출원가를 뺀 조이익(租利益, 세금공제전 이익)이 각종 비용의 원천이므로 조이익이 큰 기업일수록 R&D 마케팅 투자액이 크다. 다만 매출규모를 무시하고 생각한다면 조이익률이 높은 기업일수록 이런 투자 여유도가 높고 제품력 강화가 가능하다. 바로 매출 규모에서 뒤지는 일본의 C&T기업들이 구미기업에 맞서 국경없는 경쟁을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키포인트이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요약해 보면 각종 업태의 일본기업 조이익률은 구미기업에 비해 손색이 없다.

C&T종합기업인 가오와 P&G를 비교하면 가오가 59.1%, P&G가 52%로 가오쪽이 높다. 화장품 주력업체로는 프레스티지(고급품) 취급의 일본기업 중 시세이도가 73.3%, 고세 74.7%인데 비해 구미기업은 로레알 71.1%, 에스티로더 74.8%로서 이들 4개사 사이에 차이가 없다. 장업계 세계 톱 기업인 로레알을 일본의 두 회사가 근소하나마 상회했다. 판켈 66.5%, 맨담 56.6%도 구미측의 바이어스도르프 66.1%, 에이본프로덕츠 60.8%와 큰 차이가 없다.

일반 경비율을 비교하면 화장품 주력기업인 시세이도가 40.2%, 판켈 34.6%, 맨담 26%로서 로레알 21%, 바이어스도르프의 5%에 비하면 일본측이 높다. 다만 에스티로더의 일반경비율이 38.6%로 일본 기업의 수준이지만 바로 이점이 에스티로더가 조이익률에서 로레알을 74.8%대 71.1%로 앞서가면서도 영업 이익률에서 로레알에 비해 10.7%대 16.4%로 뒤진 원인이 됐다.

이처럼 일본의 C&T기업은 일반 경비율이 높기 때문에 판매 관리 비율을 밀어올려서 제품력을 구성하는 R&D투자와 마케팅 투자면에서 구미기업에게 뒤진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이런 점에서 일본 업계측의 과제는 일반경비의 합리화 조치에 의한 절감이 급선무라는 점이 부각된다. 일반경비의 태반이 인건비와 물류비이므로 이 부문의 부담 경감이 장차 일본 C&T기업에게 공통된 숙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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