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화장품시장 ‘침체국면’
한·일 화장품시장 ‘침체국면’
  • 장업신문 jangup@jangup.com
  • 승인 2005.05.2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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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통 양극화 현상 심화…일본은 소비침체 지속
외신으로 본 극동아시아 화장품 시장



아시아 화장품 시장의 양대산맥인 일본과 한국 화장품 시장이 지난해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일본 시장은 한결같이 소비침체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화장품·토일레트리 매출이 둔화됐다. 특기할 만한 사항은 유통 부문에서 많은 문제와 애로에 봉착해 새로운 시도를 통한 돌파구 마련에 힘을 쏟았다는 것.



일본의 경우 장기불황의 후유증으로 2004년도 매출(출하가 기준)이 전년 대비 1% 떨어진 1조4천2백10억엔(1백36억4천만달러)에 그쳤다고 일본화장품공업협회는 추산했다.



일본 시장의 최대 카테고리인 스킨케어(총매출의 44.6% 차지)는 불과 1.2% 신장이라는 빈약한 결과를 낳았고 메이크업은 6%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기대를 모은 프래그런스 분야마저도 매출 5백48억7천만엔(5억2천4백90만달러)에 그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다만 헤어케어 분야만이 12.3%라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한편 한국 화장품 시장은 일본의 침체국면보다도 더 심각한 매출 하락세를 기록했다.



2004년도 한국 화장품시장 매출실적은 2.5% 하락세인 5조1천4백90억원이었다고 (주)태평양 자료는 추산했다.



그러나 세계적인 화장품 시장 조사업체인 유로모니터는 한국시장의 하락세가 2.5%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하고 스킨케어 분야 매출 감소는 8%, 메이크업은 5% 하락인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 화장품시장의 부진은 한국경제를 엄습한 경제불황 때문이었다. 그리고 비록 한국경계가 수출호조에 힘입어 경기회복의 조짐을 나타내고는 있으나, 경제 분석 전문가들은 한국의 내수경기 활성화로 소비침체를 벗어날 조짐은 2005년 하반기에나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LVMH코스메틱의 요모 엘그 한국 사장은 최근의 한국 화장품 시장을 “예측하기 시기상조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2005년도 중에는 어떤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며 “올 1월중 매출실적은 부진했으나 2월은 설 등으로 인해 성장세를 보여 3월 이상의 실적이 집계되면 이것이 반짝 호황인지 실질적인 소비 회복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 구매행태 변화 조짐…할인점 호황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화장품 시장 전반의 침체는 이 지역 유통 형태에도 변화를 초래했다. 불황 때문에 가격에 예민해진 소비층이 염가판매 매장에 몰리기 시작한 것.



한국에서 롯데가 경영하고 있는 롯데마트나 신세계가 경영하는 E-마트를 포함해 우후죽순으로 신설되는 할인점들이 호황을 구가하면서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한국의 할인매장 내 화장품 점유율을 살펴보면 1997년 3.1%에서 2003년도에는 9.6%로 불과 6년만에 3배가 늘어났다.



이같은 할인매장의 활기는 고급판매점의 매출에 좋은 뉴스가 돼 2004년도 백화점 매출비율은 전체 화장품 매출의 15.6%를 차지하며 97년도의 9.2%를 크게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 소비자들의 소득 양극화를 반영, 중산층 이상의 고급화장품 선호경향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이러한 시장상황에서 설자리를 잃어버린 유통망이 바로 중간층의 화장품 전문점들이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 일본 시장이다. 비록 한국은 아직 슬럼프에 빠져 있다고는 하나 머지않아 화장품시장이 탄탄한 성장세로 회복될 것이라는 사실을 전문가들은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한국 화장품시장에서 신제품 출시 숫자가 비교적 안정적이고 매출 감소세가 곧 바닥을 칠 것이라는 예측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불황의 꼬리는 더 길고 뿌리는 깊다. 전문가들은 일본 화장품시장의 불황이 구조적 결함에 기인하기 때문에 치유되기에는 장시간을 요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한국의 화장품시장은 소비자 신뢰도에서 일어난 상반된 견해와 위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백화점 고급매장 또는 대형할인점으로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한국 통계청이 조사한 소비자 구매의욕지수는 2004년도 12월에 85.1로 2000년도 말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정보유니트의 조사 결과에서도 한국의 개인소비동향은 2005년 후반기까지는 상승세로 돌아서기 힘들 것 같다고 예언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 E-마트나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의 할인매장이 호황을 누린 것이다.



유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할인점들은 2004년도 화장품시장 매출의 12%를 차지했고 앞으로는 슈퍼마켓 유통경로 역시 팽창할 것으로 기대했다.



프랑스계 소매 대형업체인 까르푸는 현재 한국내에서 27개 점포를 운영하며 2006년도까지 2억5천4백만달러를 추가로 투자해 점포를 증설할 계획이다. 일본에서 까르푸가 악전고투 끝에 이온에게 매각하고 철수한 사실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 까르푸, 일본 철수…한국선 호황

일본에서는 영국 드럭스토어 대형업체 부츠와 프랑스의 세포라에 이어 세계 제2위의 소매업체인 프랑스의 까르푸도 물러섰다.



전문가들은 외국계 대형 소매업체들이 일본에서 맥을 못추는 것은 일본 시장의 특수성과 배경을 파악하지 못하고 본국이나 다른 해외시장에서의 성공 체험만을 믿고 고객정서를 무시한 판촉에 집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까르푸는 하이퍼마켓이라는 독특한 업태를 갖고 일본 시장에 상륙, 점포운영단계에서 코스트를 인하하거나 납품메이커들과 직접 교섭해서 중간 코스트를 삭감하는 등 주변 하청업자들의 마진을 가혹하리만큼 절감하는 무정한 저가격 판매시스템을 강행, 일본에서 실패의 쓴잔을 마시게 됐다.



● 초저가 브랜드 전성시대 구가

한국시장에서도 기존 할인점들이 가격을 깎아주는 신규 업체들에 의해 추격을 당하기 시작한 것은 마찬가지다.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 화장품위원회의 김지현 이사는 2003년도 이래 소매단가 1만원 이하의 저가격 화장품 브랜드가 20여개나 출시됐다며 저가 브랜드의 성장세가 2004년도에까지 이어져 그 매출액이 2천억원(1억9천8백11만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



그중 가장 성공적인 제품이 에이블씨엔씨의 미샤로 2003년에 1백30억원(1천2백70만달러)이던 것이 불과 1년만에 1천1백억원(1억8백만달러)로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 이른바 브랜드 숍을 전국에 2백70개 보유하게 됐다. 한국 화장품시장의 넘버원인 태평양, 2위의 LG생활건강, 3위 로레알에 이어 당당히 4위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이다.



세계 유수의 복합그룹인 허치슨 왐포아 산하 조직인 AS 왓슨과 제휴해 대만시장에 진출하는 등 국제화 행보에도 착수한 상태다.



또하나의 저가화장품 브랜드인 더페이스샵은 2004년에 출범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2백30개의 매장을 전개하며 창업 첫해 매출이 1천억원(9천9백7만달러)를 돌파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이처럼 눈부신 저가품의 성공에 직면해서 기존 주요 메이커들은 독자적인 할인판매 특별 화장품점들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2004년 7월 태평양은 독자적인 휴플레이스를 개설했고 같은 해 연말까지 이 체인 네트워크가 3백개에 달했다.



태평양 측은 2005년도 말까지 휴플레이스를 7백개소로 늘릴 예정이다. 태평양 브랜드의 한국시장 점유율은 34.7%로 추정된다.



LG생활건강측도 뷰티플렉스라는 점포를 개설, 소매증진계획을 강화했다.



삼성측의 연구분석 보고에 따르면 LG그룹측의 소매전략은 시장점유율과 이윤율을 증대시키고 지속적인 매출증가율을 개선하며 비합리적인 재고율을 낮춰 궁극적으로는 인건비를 절감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됐다.



●고립화되는 전문점, 새 바람부는 시장

한국 화장품시장의 양극화 심화에 따라 활기를 띄게 된 디스카운트 판매 아울렛들이 우후죽순처럼 급증함에 따라 전통적인 재래 화장품 전문점들은 경쟁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EUCCK의 김 이사는 “당분간은 양극화 시장의 틈새에서 중간 가격대 브랜드의 매점이 숨쉴 수 있는 여유를 누리겠지만 머지 않아 그중 일부 전문점들이 치열해진 경쟁에서 문을 닫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이들 전문점의 화장품 매출실적은 1998년부터 2003년 사이에 무려 21% 가까이 감축됐다. 전문점 매출 쉐어가 현재 한국 화장품시장의 30%를 차지하는데 그친다고 유로모니터는 보고 있다.



반면 백화점 화장품점은 장기화 조짐의 한국경제 불황 속에서도 살아남을 활력을 보이고 있다. 유로모니터는 백화점 화장품 매출의 시장점유율이 97년도의 9.2%에서 2004년도에는 14.5%로 늘어났고 한국 중산층 소비자들의 고급화장품 선호도가 이를 가능하게 했다고 분석했다.



2003년도 백화점 상품 전체의 매출증가율이 4.8%인 것을 감안하면 백화점 화장품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선호도는 매우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같은 고급화장품 선호를 유지 확대시키는 데에는 그만한 투자와 혁신, 그리고 서비스 노력이 뒷받침됐다. 백화점 업계도 이런 요인을 깨닫고 있다. LVMH코스메틱의 요모 엘그 사장은 한국 백화점 업계가 화장품업계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백화점 시장의 46%를 차지하며 전국 20개의 산하 점포를 보유하고 있는 롯데백화점은 4월 명품관 ‘애비뉴엘’을 오픈했고 신세계는 서울 중심가에 새 점포를 개설할 방침이다. 현대백화점도 점포 개수공사를 하고 있으며 지난해 최초의 남성화장품 편집매장을 개설, 화제를 모았다. 갤러리아백화점도 지난해 본점을 크게 보수해 명품 이미지를 강화했다.



한국 화장품시장의 새로운 변화조짐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아시아 화장품업계와 한국 화장품 시장을 특별취재한 ICN 국제화장품 전문 취재팀의 결론이다.



한국시장에서 새로운 저가품 유통조직의 폭발적인 성장과 백화점 고급품 판매의 혁신 노력, 서비스 증대는 머지않아 많은 소비자들을 다시 유치하는 막강한 집객력을 발휘할 것으로 취재팀은 전망했다.



취재팀은 올해 말까지 6개월간이 한국 화장품 소매업계의 이른바 테스팅 타임이 될 것이라면서 한국 화장품 시장의 건투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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